‘新윤핵관’ 입지 흔들?…전대 앞 ‘고립무원’ 윤상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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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룰 ‘당심 100%’로 바뀌자 ‘윤핵관’ 재부상
당내 비윤계는 유승민 결집 추세…여론조사에서도 1%대 고전

“원내 친박 중 전략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윤상현 밖에 없다.”

지난 9월5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상현 의원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조 윤핵관’이 물러나면 그 자리를 윤 의원이 메우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윤 의원은 ‘신(新) 윤핵관’(새로운 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급부상했다. 기세를 몰아 윤 의원은 당권 도전까지 선언했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윤 의원.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룰(규칙)이 ‘당원투표 100%’로 변경되면서 이른바 ‘원조 윤핵관’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의 입김이 다시 강해지면서다. 동시에 윤 의원의 잠재적 우군으로 분류됐던 당내 비윤석열계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힘을 싣는 모양새다. 여권 일각에선 윤 의원의 당권 도전이 ‘돌풍’이 아닌 ‘미풍’에 그칠 수 있단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월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월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 재부상에 ‘신윤핵관’ 칭호 무색

‘신윤핵관’이란 용어는 ‘윤핵관’의 후퇴와 맞물리며 나왔다. 지난 9월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자, 용산 대통령실이 ‘윤핵관’을 대체할 새 인물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때 주목을 받은 인물인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다양한 당직을 두루 경험한 전략가로 통한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배지를 단 윤 의원은 대변인과 원내부대표를 역임했다. ‘친박근혜계’로 분류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내 비윤계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지난 대선을 거치며 윤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의원은 계파를 불문하고 당내 의원들과 폭 넓게 교류하는 스타일”이라며 “특히 비윤계에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진석 위원장이 아닌) 윤 의원을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원내 한 관계자는 “윤 의원이 ‘윤심 마케팅’을 작정하고 할 수도 있었다. 사석에서 윤 대통령이 그만큼 많이 찾는 인물이 윤 의원”이라고 귀띔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이 윤 의원을 새로운 ‘실세’로 거론하면서 윤 의원의 ‘몸값’은 상승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난 10월 윤 의원은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천명했다. 그러나 윤 의원을 둘러싼 분석과 전망이 최근 미묘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후퇴했던 당내 ‘윤핵관’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원조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최근 당 대표 후보들과 개인 만찬을 잡으며 본인의 영향력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설) 시나리오가 제기된 상태다.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이들 간의 관계도 여전히 두텁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을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 윤 의원은 배석하지 못했다.

 

유승민 당권 도전 예고에 난처한 윤상현

여권 일각에선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이 개정된 것도 윤 의원에게 호재가 아니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윤심 마케팅’을 펴는 친윤 후보들이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란 분석에서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구도가 ‘윤핵관vs유승민’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양측으로 지지층이 분산될 시, 이들 모두를 비판해온 윤 의원으로서는 확실한 우군을 만들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윤 의원도 이 같은 구도를 만든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대 룰을 개정한 당 지도부를 향해 “유 전 의원이 만든 프레임에 덜컥 빠져버린 것”이라며 “지방선거 끝나고 유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거의 죽었다고 보는데, 죽은 유승민을 다시 살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유승민)는 자꾸 룰에 의해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 압박받는다, 피해자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당대회가 약 세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의원으로서는 판을 뒤집을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은 분명 불리한 판세다. 윤 의원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35.8%의 지지를 받아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2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11.6%)이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9.4%), 원희룡 국토부 장관(7.6%), 김기현 의원(5.2%), 황교안 전 총리(4.3%), 권성동 의원(2.1%) 순의 적합도를 보였다. 윤상현 의원은 1.8%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윤 의원은 고전했다. 나경원 부원장이 22.3% 지지율을 보여 1위, 유 전 의원은 16.1%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안철수(14.0%), 원희룡(13.5%), 김기현(8.9%), 황교안(4.9%), 권성동(3.4%), 조경태(3.0%), 윤상현(2.3%) 순으로 적합도를 기록했다.

인용한 설문조사는 지난 21일 발표됐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89.3%)와 전화면접(유선 10.7%)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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