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할인해준다더니 빚만 떠넘겨…자동차 대리점 피해 급증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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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차 값 다 받고도 할부 계약 추가 유도
확인된 피해자 100명에 27억원 규모
경찰 “정확한 정황 수사 예정”
경찰 ⓒ연합뉴스
경찰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한 자동차 대리점 매장. 판매사원이 방문 고객을 상대로 “캐피탈 업체와 할부 계약을 해주면 10% 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대리점 대표의 가족인 영업직원의 말에 이 고객은 10% 할인된 차량 대금을 한꺼번에 입금한 뒤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또 맺었다. 

하지만 대리점이 내기로 한 캐피탈 할부금을 입금하지 않으면서 피해자가 발생했다. 차 값만큼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00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무려 27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A씨는 12월26일 마산중부경찰서에 자동차 대리점 대표와 차량을 판매한 사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A씨를 포함한 54명의 피해 사실이 담겼다. 총 피해 금액은 6억9000여만원이다. 이날 접수된 고소장 외에도 이미 경찰에 신고된 피해 금액만 20억원 규모다.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만큼 피해 규모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대리점 판매사원은 지난해 10월 현금으로 차를 구매한 A씨를 상대로 대출을 받으면 10% 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대출 할부금은 대리점이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 A씨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판매사원 제안대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입금되던 대출 할부금은 이번 달 갑자기 끊겼다.

A씨는 “돈이 들어와야 하는 날이 지났는데 아무 말도 없이 끊겼다”며 “다음날 대리점에 왜 할부금이 안 들어오냐 물으니, 그제야 돈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차 값을 해당 직원에게 지급하고도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카드로 한 번 더 결제했다. 결과적으로 차량 두 대 값을 지급한 셈이지만, 약속한 할부금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판매사원은 대리점 대표 배우자인데, 사실상 지점 운영을 도맡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에는 65명이 가입해 있다. 밴드를 개설한 B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이들이 못해도 200명 가까이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 우선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리점은 12월12일 이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사실상 폐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대표는 “할부 방법이 다양한데, 고객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마산중부경찰서는 대리점 대표와 판매 직원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마다 피해액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수법이 초반에는 할부금을 제대로 돌려받으면서 할인이 좋다는 입소문 때문에 많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직원들이 이 대리점을 이용한 것 같다”며 “대리점이 1월에 문을 닫으려는 상황이라 정확한 정황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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