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향한 메시지?…尹대통령, 김건희·처가 수사에 “망신주기”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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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불 지피는 野 겨냥 비판적 입장 드러내
영부인 역할 두고도 “할 일 적지 않아” 힘 싣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월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2023년을 여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월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2023년을 여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처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장기간에 걸친 '망신주기'로 규정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건희 특검 도입'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몇 년이 넘도록 제 처와 처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지휘권 배제라는 식의 망신까지 줘가면서 수사를 진행했다"며 자신의 가족 관련 수사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에 "수사는 제가 언급할 일도 아니고 또 처에 대한 일이니까 더더욱 그렇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처가를 향한 수사가 자신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개시 이후 지속돼 왔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총장 지휘권 배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김 여사 관련 검찰 수사에서 뚜렷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에둘러 노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망신까지 줘가면서' 등 날선 표현을 사용한 것은 김 여사 특검 도입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야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수사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022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꺼내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유일한 방법은 특검"이라며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 소환조사조차 못 하는 검찰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을 유린한 것"이라며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나오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도 검찰은 수사를 뭉개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사건의 공판에서 김건희 여사는 325회, 장모인 최은순 씨는 113회 검찰에 의해 인용됐다"며 "김건희 여사가 수시로 내부 정보를 받아 주가조작 거래에 이용했다는 증거를 이미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수사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영부인 역할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특별히 하는 일이 있겠나 생각했는데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며 "대통령이 못 오면 대통령 부인이라도 좀 와달라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며 "저녁에 귀가해보면 그날 일정이 많아 고단해하면서 지쳐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 전했다.

김 여사가 대외 행보 보폭을 넓히며 대중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지는 데 대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때부터 논문 표절 및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윤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던 김 여사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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