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영화는 여배우 역할 많지 않아…늘 갈증 있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8 11:05
  • 호수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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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치》로 11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배우 이민정

이민정이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스위치》는 캐스팅 0순위 천만배우이자 자타 공인 스캔들 메이커인 톱스타 박강(권상우 분)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이민정은 박강의 헤어진 연인이자, 결혼 10년 차 아내 ‘수현’ 역을 맡아 생활력 만렙인 소탈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안하무인 톱스타에서 생계형 매니저가 된 박강 역엔 권상우가, 박강과 삶이 뒤바뀌는 ‘조윤’ 역에는 오정세가 열연한다. 《스위치》는 국내 영화 중 2023년 극장가 첫 개봉작이다. 웃음과 감동을 다 잡았다는 입소문으로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다. 연출은 영화 《그래, 가족》(2017)을 연출하고, 영화 《덕혜옹주》(2016), 《더 폰》(2015) 등을 각색한 마대윤 감독이 맡았다. 이민정을 직접 만나 영화 비하인드와 근황을 들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위치》에 대한 반응이 좋다.

“감사하다. 특히나 매의 눈을 가지신 기자님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다(웃음). ‘아는 맛인데 맛있다’고들 하시더라. 실제로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끝이 궁금해서 읽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김치찌개 맛을 몰라서 매일 먹는 건 아니지 않나.”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나는 건 11년 만이다.

“아시다시피 영화라는 장르에서 여배우의 롤이 많지 않다. 남자배우 위주로 돌아간다. 여자배우가 주축이 돼 울림을 주고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적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하는 데 오래 걸렸다. 영화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나. 되려고 하면 순조롭게 풀리고, 안 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번 영화는 일사천리였다. 거슬리는 게 없이 처음부터 잘됐다. 영화는 오래 남는다. 10년, 20년 지나도 꺼내 보는 소장하는 책 같은 느낌이다. ‘나의 컬렉션’에 이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영화를 고르게 되더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몇 년 전이다. 읽었을 때 쉽게 넘어갔다. 내용이나 캐릭터가 어렵지 않았고, 촬영도 그랬다.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는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그걸 감독님이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애드리브도 많았다. 배우들끼리 현장에서 워낙 얘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설정들이다. 배우들의 합이 무척 좋았다.”

극 중에서 ‘현실 아내’ 모습이다. 실제 육아하는 주부의 삶은 어떤가(이민정은 2013년 결혼했고, 2015년 아들을 출산했다).

“사람들이 제가 편하게 살 거라 생각하는데,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걸 넘어선 영역이다. 엄마가 빠진 육아는 말이 안 된다. 물론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오늘처럼 인터뷰를 할 때는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신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아이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남는 말은 결국 부모가 해주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뭘 하나 물어봐도 1시간 동안 설명해 준다. 아이의 첫 장을 잘 써주고 싶어서다. 저는 아들의 친구들과도 잘 노는 엄마다. 밥도 많이 해준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영화에서 나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거 다 똑같다.”

육아 철학이 있나.

“엄마한테 보고 배운 것도 있을 것이다. 저도 엄마다 보니 자식에게 무척 헌식적이다. 사실 제가 친구들에 비해 출산과 육아가 빨랐다. 내가 첫 주자여서 정보를 얻을 곳이 책밖에 없었다. 그래서 임신했을 때 50여 권 정도의 육아 책을 읽으며 공부를 많이 했다. 책에서 말하길 아이가 40개월 때까지 유대감을 잘 형성해야 한다고 하더라. 아이의 감성이 자라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출산 후 3년 동안은 나를 지우고 살았다. 아이에게 엄청 집중했던 시간이다. 그 덕분인지 아이가 자립심도 강하고 말도 빨리 배웠다. 그런데도 육아는 끝이 없다. 아이가 사회를 처음 만나는 순간에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영화의 설정처럼 과거의 한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나.

“결혼! 하하. 다들 지금 인생 좋다고 말하겠지만 저는 미혼 때로 가고 싶다. 여행을 더 다니고 싶고, 더 놀고 싶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아껴서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의 남편을 안 만나겠다는 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운명적으로 만나겠지만(웃음) 대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대학가에서 낭만스럽게 놀진 못했다. 최근 오랜만에 동기들과 송년회를 하면서 20년을 훑어봤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는 말이 나왔는데 나는 무조건 더 놀겠다고 했다. 그때 너무 덜 놀았다.”

영화 《스위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에서 말이 과격하다. 실제 성격인가.

“맞다. 평상시 내 모습이다(웃음). 극 중에서 ‘지랄하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것도 애드리브다. 내가 편한 대로 했다. 그래서인지 제가 쓰는 SNS 댓글도 많은 분이 재미있어 해주시는 것 같다. 남편이 가끔 게시물을 올리면서 ‘이거 웃기지?’하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그 순간 재미없어진다’고 충고한다. 웃기려고 하면 재미있지 않다. 전 그냥 순간순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사실 남편도 웃긴 걸 되게 좋아한다. 많이 숨기고 있는 거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도 한데,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개그 욕심이 크다. 매번 웃기려고 기를 쓴다.”

성격이 너무 털털하다.

“그래서 남사친이 많다. 동기들도 제게 ‘그래, 이민정! 21년 지났지만 의리는 남자 같다’고 말한다. 근데 그 말이 참 좋다. 대학교 때와 변함이 없다는 말 아닌가. 본디 성격이 내숭이 없다. 내숭을 떨어봤자 통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남편이 억울해하기도 한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제가 남편을 챙겨주면 ‘이거 다 연기’라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한다(웃음).”

이 정도 성격이니 억울할 만도 하겠다(웃음).

“제가 새침할 것 같다는 인상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없는 모습이라 보여줄 수가 없었다. 하하. 억척스럽다가도 또 울긴 잘 우는데 새침하진 않은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이 예능에서 성격에도 유형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감정’ 쪽인 것 같다. 친구가 힘들다고 고충을 얘기하면 그걸 잘 공감한다. 같이 울고 웃는다. 영화를 봐도 그렇다. 남편이 읽고 있는 대본도 종종 보는데, 남편은 영화인으로서 보지만 저는 관객으로 본다. 내가 안 울고 안 웃으면 진짜 재미없는 거다.”

극 중 애착이 가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단연 노래방 신이다. 아무래도 할 일이 많다 보니 노래방에 잘 못 가는 상황이었는데, 오랜만에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극 중 엄마들과 너무 신나게 놀았다. 감독님이 ‘컷’이라고 해도 한 곡 더 하자고 했다. 사실 노래방 가면 마이크를 안 놓는 스타일이다.”

극 중 대사에 남편 이름이 등장한다. 시사회 때도 반응이 터진 장면이었다(스타가 된 조윤(오정세)이 매니저로 전락한 박강(권상우)을 향해 ‘요새 이병헌도 (출연료가) 싸졌잖아’라는 대사를 던지는 신으로 많은 웃음을 유발했다).

“제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있었던 대사였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이병헌에게 갔던 시나리오다’라는 대사였다. 바뀐 대사에 대해 정세 오빠가 걱정이 됐는지 남편(이병헌)에게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얼핏 물어봤더니 ‘웃기면 되지’라고 하더라. 실제로 언론 배급 시사회 때 그 장면을 보고 사람들이 정말 많이 웃었다. 사실 남편이 그 대사를 곱씹으면서 ‘웃음이 안 터지면 기분이 나쁠 것 같기도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터져야 의미가 있는 대사이지 않나? 정말 개런티가 싸지면 할 수 없는 대사다. 그렇게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남편이 지금 자리에서 잘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자기 이름이 언급되는 걸 나빠하지는 않는 것 같다.”

부부가 같은 작품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같이 찍은 사진도 SNS에 올린 적이 없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그 부분은 결혼할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전략은 아니지만 남편도 저도 배우 생활을 계속할 거라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나.

“저는 클래식한 장르를 좋아한다. 보고 나면 먹먹하고 따뜻하고 감동스러운, 그런 거 말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장이 궁금한 스릴러 장르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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