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도 IPO 포기…기업들 연이은 ‘상장 철회’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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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증시 불황에 제대로 된 몸값 평가 어려워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업들이 연이어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고 있다. 증시 불황으로 제대로 된 몸값을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상장시장 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전날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해서 공모 절차 착수를 미루면서 일각에선 상장 철회설마저 제기됐다. 당시 컬리는 상장 철회를 부인했지만 결국 ‘설’은 현실이 됐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상장을 포기하고,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464만7201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IMM PE는 2017년 상장을 조건으로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KT의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제조기업 제이오가 공모를 철회했다. 이들 기업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부진한 성적표가 나오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상장 철회의 이유로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극심한 증시 불황을 꼽았다. 이로 인해 IPO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IPO시장에 암운이 감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부터다. 이후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공모시장에서 ‘대어’를 불린 기업들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13곳에 달한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는 지난해 8월 악조건 속에서도 상장을 강행했지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희망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2만8000원으로 상장한 것이다. 쏘카 주가는 코스닥 입성 후에도 하락을 거듭하며 지난 4일 종가 기준 1만9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도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쓱닷컴과 케이뱅크,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LG CNS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올해 전망 역시 어두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IB업계에서는 높아진 기준금리가 시장 참여자들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주의 핵심 투자자로 꼽히는 연기금과 공제회, 운용사 등 기관들이 올해 더욱 보수적인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도 본격적인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가 시작되지 않는 한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며 “2021년 대비 목표 시가총액을 약 35~40% 정도 낮추지 않으면 상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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