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김건희 여사의 등판…과감한 내조, 기대 반 우려 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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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내조’ 벗어던지고 ‘과감한 내조’ 시작한 김건희 여사
“김건희 리스크는 없다” vs “공개 행보 자제해야” 의견 분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가 잦아졌다. 집권 초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지난 연말부터 단독 봉사활동 횟수를 늘렸다. 새해에는 여당 정치인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가 ‘과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 시절부터 윤 대통령에겐 ‘양날의 검’으로 통해왔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게 집토끼 결집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진보 진영의 높은 비호감도 때문에 도리어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졌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가 잦아질수록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24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리트리버 강아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24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리트리버 강아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취재진 동행하고 마이크 앞에 서고…달라진 김건희 여사

김 여사는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대통령을 도와 달라”는 부탁 인사를 했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 의원들에겐 “따로 한 번 모시겠다”며 초청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단순 봉사 활동을 넘어 ‘국정 내조’를 위한 본격적인 몸 풀기에 나선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김 여사의 광폭 행보는 예견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조하는 영부인의 역할을 고려하면 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김 여사를 대면한 여당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그의 성격은 호탕한 편이라고 한다. 이들 여권 인사들은 시사저널에 “김 여사가 조용히 있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여사의 행보는 지난해 8월부터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김 여사는 당시 집중 호우 피해 지역을 여러 차례 찾아 복구 활동을 하는가 하면, 무료 급식 제공 시설 ‘안나의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수원 세 모녀’ 빈소 등을 방문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김 여사의 행보는 대부분 비공개에 부쳐졌다. 대통령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김 여사의 호의가 반영된 행보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향후 김 여사의 공개 행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난 연말부터 김 여사의 행보는 본격적인 공개 활동으로 바뀌었다. 김 여사는 지난달에만 총 18건의 공개 일정을 가졌으며, 이례적으로 출입기자단과 동행한 일정도 있었다. 김 여사는 주로 자립준비청년과 위탁부모, 쪽방촌 등 취약계층을 챙기는 봉사활동을 소화했다. 김 여사는 “세심하게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뒷받침하겠다” “취약계층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직접 내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열린 '이웃과 함께하는 2022 찾아가는 성탄절, 희망박스 나눔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22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서 열린 '이웃과 함께하는 2022 찾아가는 성탄절, 희망박스 나눔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여사 몸 풀었는데 尹대통령 지지율은 선방…‘김건희 리스크’는 옛말?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던 지난 2021년 12월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고 했으나,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일은 대통령이 다 못한다”고 했다. 사실상 김 여사의 공개 행보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이 잦아진 배경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거론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말부터 40%대를 회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얻었단 해석이 나온다. 한 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주원인으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거론돼왔으나,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도 지지율을 선방한 것이다. 김 여사로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김 여사가 보폭을 넓힐수록 야권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장 숙명여대는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본조사에 돌입했다. 야권은 이를 포함해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 등을 거론하며 특검법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감지된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 이상 ‘김건희 리스크’는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김 여사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여사의 공개 행보를 막을 순 없지만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필요 없지 않겠나”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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