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일까, 거짓말일까…흔적조차 못 찾는 이기영 동거녀 시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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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시신 없는 살인 사건’ 가능성 두고 혐의 입증 주력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당국이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 사건의 핵심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씨의 전 연인이던 50대 여성 시신 수색에 집중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다. 검찰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9일 기동대와 중장비, 수중 카메라를 탑재한 보트 등을 동원해 이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파주 공릉천 일대를 집중 수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동거녀 A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씨가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후 유기 장소로 지목한 공릉천 일대를 수색해왔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 송치 전날 '시신을 매장했다'고 갑작스레 진술을 바꿨다. 이후 경찰은 이씨가 매장 지점으로 지목한 공릉천 일대 땅을 중장비로 파내며 12일째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다. 

시신이 이미 유실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씨가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한 시점은 지난해 8월 초다. 같은 달 중순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점을 감안하면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공릉천 일대에는 200mm 넘는 폭우가 내렸고, 평소 1m 정도였던 하천 수위가 4∼5m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이씨가 애초에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따져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와 통신 위치 조사 등을 토대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씨가 '시신 없는 살인'을 노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이 공릉천 일대를 잘 안다며 시신 매장 지점의 지형지물을 정확하게 진술했다. 지난 6일 이씨는 수의를 입은 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관계자들과 공릉천변 수색 현장을 찾아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지목하며 땅을 파는 손짓을 하는 등 수색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지목한 지점 인근에 재난 감시용 폐쇄회로(CC)TV가 있고, 낚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이씨가 범행 장소로 선택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무리가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사건 초기부터 이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으로 시신 유기 장소를 거짓 진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근 CCTV를 집중 조사해 이씨 진술 진위 여부를 밝힐 수도 있지만, 저장 시한인 1달이 지난 상태여서 경찰은 포렌식 복원으로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경찰은 이씨 진술에 다른 조사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기동대와 수중수색, 드론을 동원하고 범위를 넓혀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시에 검찰은 이씨의 강도살인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도살인은 금품을 노린 고의성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할 것"이라며 "(동거녀) 시신 수색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파주시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이자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또 지난해 12월 20일 음주운전 중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기사를 합의금 지급 명목으로 집으로 데려온 뒤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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