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보강수사 서두르는 檢…특수본이 손 뗀 ‘윗선’ 겨눌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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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용산구청 등 10곳 압수수색…추가 혐의 찾을 가능성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검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등 10여 개 기관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윗선'이 아닌 일선에만 책임을 묻고 마무리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점을 찾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두 달 넘게 이태원 참사 사건을 수사해온 특수본은 오는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1일 출범한 이래 74일 만이다. 특수본은 수사 결과 발표 전까지 용산소방서와 서울경찰청, 소방청 등 진행 중인 수사도 마무리하고 검찰에 사건 일체를 넘길 예정이다.

특수본은 일선 현장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 10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 등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특수본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이례적으로 보강수사를 서두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수본이 윗선의 책임을 밝혀내지 못해 사실상 실패한 수사라는 평을 듣는 상황인 만큼, 검찰이 사건 전면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0일 경찰청과 서울청을 비롯해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남부구치소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참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용산구청 비서실과 홍보담당관실, 스마트정보과 사무실 등에서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또 참사 당시 경찰관들의 메신저 대화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청 정보화기반과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특수본이 송치한 피의자들의 혐의를 보강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상황에 따라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부지검이 인력을 대거 투입해 별도 수사팀도 꾸린 것 또한 대대적인 수사를 앞둔 태세 정비라는 해석이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가 초관심사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상급기관장에는 법리상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봤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검찰은 경찰이 넘긴 자료에만 국한하지 안고, 원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본다는 입장을 정하고 새 증거를 모으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의 자택이 포함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특수본의 윗선 꼬리자르기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11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특수본의 윗선 꼬리자르기 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검찰이 강도높은 보완 수사를 통해 경찰과 다른 결론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박 전 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계자 3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들에 대해 '여러 경찰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에 대한 형사징계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을 교사했다'고 공통적으로 적시했다. 이태원 참사 전인 지난해 10월17일과 24일 김 서울청장이 화상회의에서 핼러윈 데이 인파 집중 위험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서울청 정보부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당초 특수본은 박 전 부장 등에게 보고서 삭제 관련 혐의만 적용했지만, 보강수사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사상 혐의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은 특수본의 수사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본이 '꼬리 자르기'로 수사를 끝내려고 한다며 윗선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전날 바로 (경찰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특수본 수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지금이라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재난안전관리 책임자를 소환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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