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글로벌 매출 1등’ 너머를 바라본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8 07:35
  • 호수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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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CJ제일제당 김숙진 비비고 브랜드그룹장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된 지 9년이 넘은 지금도 ‘히트템’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비고 왕교자 탄생과 함께 냉동만두는 ‘싸지만 맛은 그저 그런 인스턴트 제품’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기존 냉동만두 제품처럼 고기, 채소 등 만두소 재료를 갈지 않고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한 비비고 왕교자가 맛의 혁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맛뿐 아니라 월드스타 싸이를 활용한 국내외 마케팅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월11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김숙진 비비고 브랜드그룹 경영 리더(그룹장·41)는 “이거 진짜 될 거 같단 느낌이 왔다”고 비비고 왕교자 출시 당시를 회상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그룹장이 1월11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최연소 임원 승진…“이제 브랜드 가치 끌어올려야” 

김 그룹장은 2011년 9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TNS코리아(현 칸타코리아)에서 CJ제일제당으로 전직해 비비고 브랜드의 성장 과정 전반을 지켜봐 왔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커뮤니케이션 담당, 2018~20년에는 냉동혁신팀장으로 비비고 사업 실무를 최전선에서 수행했다. 냉동혁신팀장 재직 시절 김 그룹장은 ‘쑥(숙)장군’이라 불리며 프리미엄화, 글로벌 현지화 등 전략을 앞세워 비비고 만두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사이 비비고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비비고 왕교자를 필두로 한 만두의 국내외 전체 매출은 2017년 5060억원에서 2018년 6600억원, 2019년 8680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20년 1조원을 돌파(1조300억원)했다. 2023년까지 만두의 연매출을 2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향해서도 순항하고 있다. 

글로벌 메가히트 상품인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제공
글로벌 메가히트 상품인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제공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그룹장은 2020년 말 CJ그룹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자가 됐다. 현재 맡고 있는 비비고 브랜드그룹장은 만두를 비롯해 김치, 국물 요리, 죽, 한식 반찬, 생선구이 등 비비고 제품군 전체의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이다. 그는 “임원 승진 후 1년 정도는 (승진 전처럼) 계속 바빠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2년 차에 접어든 2022년부터 내 말과 행동의 무게감이 부쩍 커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그래서 지난해엔 확장된 역량을 바탕으로 외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우리 회사의 자산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김 그룹장은 소비자, 거래업체 등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한편 실력파 셰프와 스타트업·밴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들까지 아우르는 광폭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크래프트(수제) 맥주 업체 제주맥주와 손잡고 연 팝업스토어 ‘도깨비 만두바’, 미국 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 스폰서십을 활용해 진행한 ‘비비고 아레나’ 캠페인 등이 중간 결과물이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제공

이런 노력에는 ‘글로벌 만두 시장 1위’ ‘만두를 잇는 메가히트 상품 발굴’ 등 회사의 당면 과제를 뛰어넘는 비전이 스며들어 있다. 김 그룹장은 “비비고가 가공식품 브랜드로만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만두 등 비비고 제품군의 매출 목표 달성은 자신하지만, 단순히 잘 팔리는 상품을 넘어 소비자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증폭되는 가운데 셰프들이나 스타트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글로벌 한식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미는 추세”라며 “CJ제일제당이 한식 세계화의 선두에 선 대기업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어떻게 비비고 브랜드를 더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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