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1년, 무엇이 달라졌나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8 14: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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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5분의 3 “나에게 유용하지 않은 서비스”
금융사 아닌 소비자 주도 맞춤형 서비스 제공돼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의 요구에 의해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존 금융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1년 동안 마이데이터의 성과는 무엇이고,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공급자와 고객의 급증이다. 공급자의 경우 금융회사와 핀테크, 빅테크, 통신사 등 대규모 리테일 고객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현재까지 90여 개 업체가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를 신청한 상태이고, 본허가를 받은 60개 사업자는 이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12월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밀리패스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사업 성과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밀리패스 사용방법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출시 이후 공급자와 고객 동시 급증

지난해 1월5일 출시 이후 가입자, 즉 고객 역시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마이데이터 가입자는 약 5480만 명에 달했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3128만 명(57%)이 금융회사를 통해, 2342만 명(43%)이 핀테크와 IT 회사를 통해 서비스에 가입했다. 중복 가입이 가능하므로 현재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인터넷·모바일 뱅킹 가입자(2021년 말 1억9086만 명)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부족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개인신용정보의 제공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추가될 예정이다. 퇴직연금과 공적연금, 신탁, ISA, 대물보험, 세금, 건보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보가 누락되고 서비스가 제한됨에 따라 일부에 한해서는 불가피하게 스크래핑 방식도 허용됐는데, 점차 마이데이터 표준 API 대상에 포함되거나 연결되고 있다. 유통되는 개인신용정보 양이 늘어나면 속도를 걱정하게 되는데, API 방식이 정착되면서 스크래핑 방식 대비 조회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보안과 안전이 중요해도 속도가 떨어지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는데, 안전과 더불어 빠른 정보 제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러한 양적인 성과에도 마이데이터를 왜 도입했는지, 즉 도입 목적 관점에서 현재를 평가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경제(Data Economy) 전환 및 소비자 중심 금융 혁신을 위한 제도다. 특히 ‘금융회사 위주’의 획일적 서비스에서 ‘금융소비자 주도’의 맞춤형 서비스로의 혁신이 목적이다. 마이데이터 도입 이전까지만 해도 신용정보의 주체는 ‘나’임에도 정보는 개별 금융회사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후에는 정보 주체인 내가 이들 정보를 제3자에게 보내도록 요구하고, 제3자로부터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유통되도록 하고 정보 제공자와 수집자를 규율하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제공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해 고객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업계에 따르면 서비스를 경험해본 고객 중 5분의 3 이상이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자신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 신용정보 제공의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고객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일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공급자들은 API를 통해 개인정보가 원활하게 수집되고, 조회되며, 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가 터지지 않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유용성이 있다면 자신의 재무 상태를 한꺼번에 보여준다든지, 또래(peer)와의 비교라든지, 목적자금 달성 방법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정도인데, 그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2년이 되는 올해 공급자들은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 또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비용만 들어가는 또 하나의 제도 변화에 그칠 것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2년 차 해답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가. 문제는 고객의 니즈(욕구)가 다 다르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재무 상황을 요약해 보여주는 대시보드와 지출, 저축·투자, 자산, 세금, 연금(은퇴), 상속 등의 세부 메뉴로 구성되는데 생애주기와 재무 상태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 MZ세대는 지출과 투자, 베이비부머와 X세대는 자산과 연금에 대한 니즈가 더 클 것이다. 특정 세대나 메뉴를 타깃으로 한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해답이다. 고객이 마이데이터를 제공하면 각자 상황에 따라 맞춤형 진단과 금융 솔루션이 제공돼야 한다. 진단과 처방이 사람에 의한 것이든, 알고리즘이나 AI에 의한 것이든 고객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필요한 ‘딱 맞는’ 서비스라면 고객은 유용성과 가치를 인정할 것이다.

결국 공급자에게 중요한 과제는 솔루션의 객관성 및 중립성과 함께 고객 이익이 최우선 솔루션임을 입증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관련 법에도 명시돼 있지만 단지 컴플라이언스에 국한해 생각할 일이 아니다. 금융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결론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2년 차인 올해는 당초 취지대로 ‘금융회사 위주’의 획일적 서비스에서 ‘금융소비자 주도’의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차별화되지 않은 획일적 서비스로 마이데이터가 전개된다면, 기존의 금융상품 제조와 유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경쟁과 혁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존 금융시장을 바꾸려는 사업자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 회사에 해당하는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챗지피티(ChatGPT)에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혁신문화, 연구개발 투자,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전환, M&A, 새로운 실험 등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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