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어 유승민도 불출마…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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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새로운 길 개척해 나가겠다” 불출마 선언
전대 룰 변경 ‘치명타’ 해석…부족한 ‘사람‧돈’도 거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일각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중도 포기가 유 전 의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구도가 ‘김기현vs안철수’ 2파전으로 좁혀지면서 유 전 의원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 전 의원을 도울 원내외 인사, 캠프를 운영할 자금력이 부족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유 전 의원은 31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며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했다. 이어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며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당초 당대표 출마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여당 대표’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면서다. 유 전 의원도 당권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가령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당 대표는 나”라고 하거나, 대구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확신이 들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당 지도부가 차기 당 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뽑도록 전당대회 룰(rule‧규칙)을 개정했다. 이 탓에 비윤석열계 당심과 당 바깥 반윤석열계 민심을 앞세워 당권을 노리려던 유 전 의원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 측근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특히 당권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 아닌 당 여론”이라며 “이 상황을 유 전 의원이 돌파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의 분위기가 친윤 대(對) 반윤 구도로 흐른다면 (세가 적은) 반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의 ‘중도 포기’도 유 전 의원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의 갈등 끝에 물러나자, 유 전 의원은 당내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전당대회를 ‘답이 정해진 무대’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출마 선언문에 “(전당대회 출마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또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경쟁 구도가 ‘김기현vs안철수’ 2파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윤계 표심이 안 의원과 유 전 의원 두 축으로 갈릴 시, 김 의원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상대적으로 (비윤계) 색이 옅은 나 전 의원도 저런 수모를 당하는데, 유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어땠겠나”라며 “유 전 의원도 당내 상황을 보며 자신의 미래가 그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선 부족한 세(勢)도 불출마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 전 의원의 고민이 길어지는 사이 경쟁 후보들은 캠프를 구성하고 진용을 갖춘 상태다. 반면 유 전 의원은 원내 지원군을 단 한명도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되레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유 전 의원을 지지했던 신원식 의원은 ‘지지 철회’를 선언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유 전 의원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유 전 의원을 도왔던 한 측근은 “결국 선거는 사람과 돈으로 치러야 하는데 이 2가지 다 (유 전 의원은) 부족했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경선 연패로 유 전 의원을 도왔던 사람들은 다 ‘낭인’이 되거나 지지를 철회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는데, 다시 (전당대회에서) 패배하면 정치적‧경제적으로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정계 은퇴’ 가능성에는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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