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에도 “인위적 감산 없다”…버티기 돌입한 삼성전자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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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하반기까지 손실 버티며 시장 지배력 강화 포석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95% 줄며 4조3061억원을 나타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올해 1분기에는 적자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설비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마이웨이’를 택한 삼성전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5조2913억원을 18.6%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실적은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에 그쳤다. 고객사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실적 하락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두운 전망에도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를 통해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존 기조를 다시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악화 우려로 기업들도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객사의 재고 조정 자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일찌감치 감산을 공식화한 가운데 삼성전자만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의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도 올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20% 줄이고 설비 투자도 3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잇단 감산에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재고는 넘쳐나고 있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메모리 수요의 중요 지표인 재고가 3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인 3∼4개월 치 공급량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연일 하락세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보다 각각 13∼18%, 10∼15% 하락할 전망이다.

역대 최악의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경쟁사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텨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을 다시금 천명한 셈이다.

다만 기술을 통한 자연적 감산 가능성은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기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량 감소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부터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을 통해 간접적 감산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산 효과는 2~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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