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토사물 먹어’…일병 극단선택, 軍은 ‘애인 변심’으로 속였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1.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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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병사 2명 사망 진상규명 결과 공개
강아무개 일병 사망, 군 기록엔 ‘애인 변심’…실제론 애인 없어
ⓒ픽사베이
ⓒ픽사베이

사망 원인을 왜곡 당했던 병사 2명의 ‘진짜 사망 원인’이 공개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비인간적 병영 부조리 끝에 극단 선택했으나, 군은 ‘애인 변심’ 등으로 이들의 사망 원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진상규명위는 전날 제59차 정기회의에서 1988년 사망한 강아무개 일병의 사망 경위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군 기록에 남은 강 일병의 사망 원인은 ‘애인의 변심’ 등 이었다. 당시 군 기록은 강 일병의 사망 원인을 “빈곤한 가정환경 및 애인 변심 등을 비관하는 한편 휴가 중 저지른 위법한 사고에 대한 처벌을 우려하다가 자해 사망”이라고 기록했다.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는 군 당국 기록과 판이했다. 강 일병의 가정 환경이 유복한 편에 속했고, 애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휴가 중 사고를 저지른 정황도 파악되지 않았다. 군 기록에 적힌 ▲빈곤한 가정 환경 ▲애인 변심 ▲휴가 중 위법한 사고 등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강 일병 사망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강 일병은 사망 전날 상급자의 전역식에서 상급자의 토사물을 먹으라고 강요 당했다. 이를 거부한 강 일병은 구타 당했고, 이로 인한 모욕감에 극단 선택했다는 게 진상규명위의 판단이다. 진상규명위는 “개인적 사유가 아닌 부대 내의 만연한 구타·가혹행위 및 비인간적 처우 등이 원인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1982년 사망한 김아무개 병장에 대한 진상 규명 결과도 공개됐다. 군 기록에 따르면, 김 병장은 연말 재물조사 결과 보고서를 잘못 작성했다며 인사계에게 질책받은 사실을 비관해 사망했다.

진상규명위가 파악한 사망 경위는 달랐다. 김 병장이 수년간 축적된 보급품의 손실 혹은 망실 상황을 인지 후 보고했는데, 부대 측이 김 병장에게 손실분을 채우라고 요구해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이 김 병장 사망 후 군 부대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한 점, 유족이 진짜 사망 원인을 알지 못하도록 김 병장과 동향 출신 부대원을 급히 전출시키킨 점 등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진상규명위는 강 일병과 김 병장의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해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줄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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