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나았다? ‘安風’에 긴장하는 용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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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유승민 불출마 후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친윤계 내부 불안감 증폭 속 ‘윤심’에도 촉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기세가 매섭다.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지지층의 표심을 안 의원이 상당수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김 의원의 당선을 바라는 친윤석열계와 용산 대통령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조기 레임덕(정치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현상)’이 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시사저널·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시사저널·연합뉴스

미풍 아닌 태풍? 安, 매서운 상승세

당초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의 ‘언더독’(열세 후보)으로 평가됐다. 친윤계라는 우군을 업은 김기현 의원과 비교해 당내 세(勢)가 적어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경쟁 구도가 바뀐 모습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월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두 후보의 결선 양자대결을 가정한 질문에 안 의원은 59.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0.5%를 얻은 김 의원을 크게 앞섰다. 두 의원의 지지율 격차는 28.7%포인트다.

국민의힘 지지층(41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9%포인트)만을 대상으로 한 가상대결에서도 안 의원은 60.5%의 지지를 얻어 37.1%에 그친 김 의원에게 23.4%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각각 58.7%, 57.2%를 얻어 각각 38.1%와 38.9%를 얻은 김 의원을 앞섰다. 수도권에서도 안 의원(서울 59.5%, 인천·경기 58.4%)은 김 의원(서울 35.6%, 인천·경기 40.8%)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오른쪽)가 2021년 2월16일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고 손평오 국 민의당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오른쪽)가 2021년 2월16일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고 손평오 국 민의당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가니 안철수…긴장한 친윤계

당초 친윤계는 김 의원이 과반 이상을 득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거라 기대했다. 김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로 평가됐던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런 기대는 확신이 됐다. 그러나 안 의원의 약진에 친윤계가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도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친윤계 일각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TK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여론조사가 80만 당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선거는 바람과 같아서 풍속이 세지면 여론의 흐름까지 바뀔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이 손쉽게 낙승할 것이란 전망은 오만이자 오판”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원외 주자인 나 전 의원보다 대선 후보였던 안 의원이 김 의원에게 더 까다로운 상대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친윤을 자처하면서 비윤계의 지지를 받았던 나 전 의원보다 ‘개국공신’인 안 의원의 확장성이 더 높을 것”이라며 “김 의원 측이 (나 전 의원에게 그랬듯) 비윤 후보라고 안 의원을 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윤심’(윤 대통령 의중)은 김 의원에게 있다는 게 여권 내 정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안 의원에게 패할 경우 당내 친윤계의 위세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여당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당이 미래권력에게 넘어가는 순간 당내분열과 혼란은 시작되고 그 정권은 사실상 힘을 잃는다”며 2007년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을 상기했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경선에서 이겨 17대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미래권력’인 박근혜 당시 당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줘 ‘허수아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때 윤 대통령의 대권 경쟁자였던 안 의원이 당을 장악하면 윤 대통령도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안풍’이 대통령을 향한 ‘역풍’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해석에서다. 실제 안 의원 역시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 후보 단일화로) 제가 당 대표가 돼서 당과 용산과의 관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을 이미 작년에 증명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당대표 후보 중에서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를 보완해 주거나 아니면 대통령에게 직접 국정 태도를 고쳐 달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당권 도전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상 당대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총선 공천이나 야당과의 관계에서 대통령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 조사 방법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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