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안에서 인파에 밀려 생이별해야 했던 네 남매가 반세기 만에 재회했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1965년 3월 당시 7살·5살이던 장희란(65)씨와 장경인(63)씨는 엄마와 함께 전차에 탔다가 미아가 됐다.
두 자매는 인파에 떠밀려 각자 잡고 있던 엄마의 손과 치맛자락을 놓쳐 따라 내리지 못했다. 노량진 전차 역사에서 부모를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누군가가 경찰서로 데려갔고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이산가족이 된 충격으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이들은 그곳에서 각각 ‘정인’, ‘혜정’으로 불리게 됐다. 경찰에서 아동보호시설로 인계된 뒤 성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가족 곁에 남은 맏언니 희재(69)씨는 두 동생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희재씨가 갖고 있는 동생 희란씨의 5살 무렵 증명사진 한 장이 단서였다. 1983년에는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에, 2005년에는 ‘아침마당’에 출연해 사연을 전했다. 하지만 여동생들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희재씨는 2021년 11월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거주지가 있는 안양시 만안경찰서를 찾아 두 동생에 대해 정식으로 실종신고를 했다.
여동생을 잃어버릴 당시 희재씨의 주소가 서울 동작구임을 확인한 경찰은 사건을 동작서로 넘겼다. 동작서는 같은 달 희재씨의 유전자(DNA)정보를 확보해 실종 아동을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신고자의 DNA를 채취해 등록·관리한다.
마침 경인씨도 가족을 찾겠다며 지난해 12월 주거지가 있는 인천시 연수경찰서에 자신의 유전자 DNA 정보를 제출했다.
얼마 후 희망 섞인 소식이 들려왔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DNA가 유사한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알려온 것이다. DNA 대조 결과 지난 26일 네 사람은 같은 혈육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정인 ·혜정으로 불리던 두 자매는 언니, 오빠와 함께 희란·경인이라는 원래 이름도 되찾았다.
둘째인 장택훈(67)씨까지 네 남매는 31일 동작서에서 마련한 ‘장기 실종자 가족 상봉식’에서 58년 만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눈물을 흘렸다.
셋째 희란씨는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엄마를 한 번이라도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었다”라며 울먹였다. 희재씨는 “내년이면 내 나이가 70세가 된다”며 “이제나마 언니, 오빠를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DNA 대조 시스템을 통해 실종아동 658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1년 이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 아동 수는 1000여 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