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전당대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닌 ‘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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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기탁금 9000만원…'억 소리' 나는 비용에 출마 포기하기도
“당내 경선인데 금액 과다” vs “기탁금 낮추면 후보 난립할 것”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모두 전당대회 하차를 선언했다. 두 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한 표면적 이유는 대통령·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의 갈등이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선거 비용’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선거 비용은 예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탁금이 증액된 가운데 비대면으로 치러진 2021년 전당대회 때와 달리 당원 동원 행사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억’ 소리 나는 비용 탓에 출마를 포기하거나, 기탁금이 낮은 청년최고위원으로 눈을 돌리는 후보까지 생겨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 세번째)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왼쪽 세번째)가 지난 2021년 11월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80만 당원에 문자 세 번만 보내도 1억”

1일 만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관계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기탁금이 제일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한 기탁금을 기존보다 500만~1000만원 더 올리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는 9000만원, 최고위원은 4000만원, 청년최고위원은 10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출마할 수 있다.

한 당권주자 캠프 관계자는 “기탁금이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 9000만원이면 1억원에 가까운 돈 아닌가”라며 “여의도 빌딩에 있는 캠프 사무실도 평수는 작지만 월 임대료가 250만원 내외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 등 홍보비용도 만만치 않다. ‘당심 100% 반영’으로 바뀐 룰에서 문자메시지는 당원들을 결집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당권주자인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문자 비용이 선거비용 중에서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이라며 “모든 후보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자 한 건당 50원씩으로 치고 80만 당원에게 모두 보내면 최소4000만원이 소요된다. 이걸 세 번만 보내도 억대 돈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선거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고위원 후보 한 관계자는 “기탁금 4000만원이 가장 부담”이라며 “또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 대표 일정을 러닝메이트로 쫓아다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일정 기획에도 변수가 많아 비용을 추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홍보비용의 경우는 별도 캠프 없이 보좌진끼리 자체적으로 담당해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있다”며 “다른 캠프들은 공보물 제작도 외주에 맡기는 곳이 많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나마 기탁금 부담이 덜한 청년최고위원 후보들도 고충은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관을 역임했던 김영호 변호사는 “최근 식비와 교통비 등 합치면 하루 30만원 정도 나온다”며 “기자나 사람들을 만나면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직 운영비 등은 따로 들지 않고, 공보물 제작도 제가 직접 하고 있다”며 “다만 컷오프 이후부터는 더 홍보를 늘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도합하면 기탁금을 빼도 500만원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김 변호사는 추산했다.

일각에선 기탁금과 선거비용 부담 때문에 일반 최고위원 대신 청년최고위원으로 후보들이 발걸음을 돌린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변호사도 “저도 기탁금이 4000만원으로 올랐으면 진짜 부담이 컸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황 후보도 말씀하시는 것이, 젊은 사람들은 선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전당대회에) 도전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내 경선인데 그렇게 꼭 많은 돈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28일 서울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br>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28일 서울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br>

‘당심 100%‘에선 ‘이준석式 비용 절약’ 어렵다?

물론 거액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선거에서 승리한 사례도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21년 전당대회에서 후원금 1억5000만원 중 약 3000만원으로 선거를 치렀다. 당시 그는 매머드급 캠프와 문자메시지 발송, 차량 지원을 없앤 ‘3무(無) 선거운동’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바뀌면서 이 전 대표가 보여준 ‘저가(低價) 승리’의 기적은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권주자 한 캠프 관계자는 “30%에 달했던 일반 국민 여론조사의 변수가 사라진 만큼 돈과 조직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서민들의 가중된 경제난을 고려하면 홍보비 등을 최소화하는 ‘검소한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기탁금을 줄이는 것이 대안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당대회 문턱을 낮추면 후보들이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민들이 난방비 인상 문제로 곤란을 겪는 등 경제가 좋지 않다. 전당대회가 과열되지 않게끔 비용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기탁금을 낮추면 후보들이 마구 난립할 수 있다. 만약 자본이 없다면 정치력으로 후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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