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631%까지 불어난 효성화학…재무건전성 적신호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1 14: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영업손실 3367억원…적자 전환
베트남 화학공장 누적 손실 심화
효성화학 울산공장 전경 ⓒ효성화학 홈페이지 캡처
효성화학 울산공장 전경 ⓒ효성화학 홈페이지 캡처

효성화학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따른 여파다. 특히 부채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 2631%를 기록하며 1년 만에 5배 이상 뛰었다. 일각에서는 자본잠식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매출 2조87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23%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3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당기순손실도 4089억원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의 화학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효성화학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지속에 의한 판가하락으로 주요제품인 PP 스프레드가 감소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PP는 효성화학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실적 악화에 빠지자 효성화학의 재무부담은 더욱 증가했다. 2021년 말 509.4%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연말 2631.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1395%)와 비교해도 석 달 만에 두 배 가량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적자가 심화되자 자기자본도 급격히 줄었다. 2021년 말 5015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약 11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기자본이 급감하면서 자본잠식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이익잉여금이 바닥나고 투자한 원금(자본금)까지 까먹는 상황을 말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의 연말 사업보고서 기준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현재 효성화학의 자기자본(자본총계)과 자본금은 각각 1146억1708만원과 159억5063만원이다. 적자 흐름을 끊지 못한다면 자본잠식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베트남 법인을 꼽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베트남을 효성의 핵심 생산기지로 키우기로 결정하고 화학공장 설립 등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화학공장 투자자금은 △2019년 4816억원 △2020년 5559억원 △2021년 3417억원 △2022년 3분기 누적 130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효성화학 연결기준 차입금은 2조809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점검과 보수가 반복돼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은 1889억원에 달했다. 잠정 집계된 지난해 영업손실이 3367억원이라는 점에서 베트남 법인의 저조한 실적이 효성화학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채 외면 받고 국민연금도 손절…위기 타개할 수 있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시장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021년 베트남 신설 투자, 지난해 삼불화질소(NF3) 증설 1200억원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설비투자(CAPEX)가 감소할 예정이나 업황 부진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저하 전망 등을 고려하면 베트남 설비 신설 과정에서 확대된 재무부담 완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떨어져 ‘BBB’ 등급이 될 경우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17일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했다. 투자한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유통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해 기관 입장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은 지난해 연말 효성화학의 지분을 대거 털었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민연금의 효성화학 지분은 12.16%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 걸쳐 지분을 내다팔면서 지분율은 7.92%로 떨어졌다. 총 매도금액은 약 162억원에 달한다.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떨어지자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베트남 공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과 함께 매출 증대가 이뤄져야 재무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