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내가 반윤? 나는 ‘반윤핵관’이다”
  • 조문희·이원석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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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친윤‧반윤 구분은 윤핵관이 짜놓은 프레임…부끄러운 줄 알라”
“상향식 공천에 진정성 보인다면 안철수? 연대할 수 있다”

“공천이 당선보다 어렵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표현이다. 선거에 출마해 이기는 것보다 출마하기 위해 공천을 받는 게 더 어렵다는 자조가 섞인 말이다. 한국 정치 역사상 공천권은 당 대표에 쏠려있다. 공천권을 의식한 줄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 역시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의 손에 내년 총선 공천권이 쥐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도전장을 내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31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 김 전 최고위원은 경선 슬로건부터 “공천권을 100만 당원에게”로 잡았다. 출마 선언일 당일에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김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 시간 내내 ‘상향식 공천’에 방점을 찍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살 길은 정당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 핵심은 당 대표의 공천권을 깨부수는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김 전 최고위원의 경선 레이스는 ‘외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최고위원에겐 일찌감치 ‘비윤(비윤석열)’이란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스승과도 같은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데다, 반윤(반윤석열)으로 낙인찍힌 나경원 전 의원도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비윤계 구심점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도 그는 “상향식 공천에 목마름을 가진 당원들이 많다”며 당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천 개혁이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후보라면 그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며 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 당일인 1월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핵심 공약인 ‘상향식 공천’에 대해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 당일인 1월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핵심 공약인 ‘상향식 공천’에 대해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번 전당대회는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본인은 비윤계로 분류되는 만큼, 힘든 싸움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선 의원들이 특정 의원(나경원)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집단 린치를 가하는 일련의 상황들은 상식적이지 않다. 권력자의 의중을 짐짓 생각해서 의례적으로 행동하는 것들은 국민이나 당원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권력자를 대변하는 거다. 당 대표나 그 이상의 권력자가 공천권을 행사하다 보니,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문화에 익숙해있는 거다. 이것을 깨부숴야 한다.

정당민주주의는 바로 세워질 수 있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국민과 당원들이 내 지역의 후보를 뽑는다면, 정치인은 권력자가 아닌 상식을 대변하고 소신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지도부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하면서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이번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꾸려지는 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정당민주주의의 성공이 결국 윤석열 정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 기회를 잡아 제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자 일반 최고위원에 출마하게 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시기상으로 보나 구도상으로 보나, 비윤계의 당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데.

“내가 ‘반윤’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당헌8조에 따르면, 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무한 책임을 지는 관계다.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대통령의 실패가 당의 실패다. ‘비윤’ 혹은 ‘반윤’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프레임을 만든 것은 ‘윤핵관’이다. 권력에 줄 서는 사람들이 본인 입맛에 맞지 않고 듣기 싫은 목소리를 내면 이단으로 몰아버린 거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려는 게 아니다.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받은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이 권력과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런 모습을 반윤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그저 대통령의 눈길을 막고 국민의 눈길 막는 윤핵관이 짜놓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반윤이 아니라 반윤핵관이다. 프레임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말하는 게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선 이후 이른바 ‘이준석 키즈’로 불리는 2030 당원들이 대거 입당한 것으로 안다. 본인은 친이준석계로도 분류되는 만큼, 2030 표심에 자신의 경쟁력이 달려있다고 보는 것인가.

“2030 당원만을 타겟팅하고 있지 않다. 당내 남녀노소 누구나 상향식 공천에 목마름을 갖고 있다. 과거부터 권력자의 입김에 따라 공천해온 것에 대한 불만이 우리 당 깊숙이 녹아내렸다고 본다. 상향식 공천 필요성에 공감하는 당원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 당일인 1월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핵심 공약인 ‘상향식 공천’에 대해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일반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 당일인 1월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핵심 공약인 ‘상향식 공천’에 대해 설명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공천은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최고위원 혼자서 목소리를 낸다한들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당 대표 의중이 중요한데, 현재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상향식 공천을 추진할 수 있겠나.

“김 의원은 ‘대통령의 부부’라거나 ‘당정이 쌍둥이처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런 무서운 말씀을 하는 분이다. 어떻게 상향식 공천을 하겠나. 대통령실 행정관 한 명을 갑자기 낙하산 공천하려는 걸 막고 경선에 뛰어들라고 하는 게 상향식 공천이다. 대통령과 부부이면서 쌍둥이 같은 분이 그걸 막아낼 수 있겠나. 당무 개입을 원천 봉쇄하고 국민과 당원만을 위하는 게 민주주의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이게 결과적으론 대통령을 위하고 권력자를 위한 길이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공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안 의원과 호흡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기 때문에 그 동안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 같다. 다만 저는 상향식 가치에 대해 진정성 있게 말씀하는 당 대표 후보가 있다면, 누구든지 이 가치에 동의한다면, 낮은 연대로의 연대는 가능하다. 그것이 김기현 의원이든 안철수 의원이든 조경태‧윤상현 의원이든 진정성이 보인다면 저는 연대할 수 있다.”

비윤계 후보가 모두 레이스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으로선 경선 준비 과정이 쉽지 않게 됐다.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 모두 좌절한 게 아쉽긴 하다. 하지만 깊은 고뇌에 차서 결정한 것이기에 존중한다. 다만 실망하신 분들의 마음을 되돌려서 다시 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제 역할이다. 정치인은 희망을 드려야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대사처럼, 봄날의 햇살 같은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당원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김용태의 정치’란 무엇인가.

“제 소신이 기득권에 반할지라도 늘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청년 정치라는 것이 물리적인 나이가 적고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를 하지 못한다면 떠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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