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우롱하나”…광주 광산구청 생일휴가제, ‘공직사회 특권’ 논란
  •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5@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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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본청 소속 직원만 생일 해당 달에 하루 유급 휴가
구의회·시설공단 등 직속기관은 빠져 형평성 논란도
시민단체 “기존 휴가도 소진 못해…구청장 선심 베풀기용”

광주 광산구가 올해 본청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신설한 ‘생일휴가제’가 서민에게 위화감을 주는 공직사회만의 잔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정책 공유마저 제대로 안되면서 생일휴가 대상에서 구의회와 직속기관은 빠져 형평성 논란과 함께 어설픈 행정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 전경 ⓒ시사저널
광주 광산구청 전경 ⓒ시사저널

2일 광산구에 따르면 본청 소속 공무원과 노동자 등 직원들이 올해부터 생일 해당 달에 하루씩 유급인 특별휴가를 받는다. 대상 인원은 일반직 공무원, 청원경찰, 공무직·기간제·임기제 등 총 2327명이다.

광산구는 생일휴가라고 지칭한 특별휴가를 지급하고자 지난해 말 자체 복무조례를 고쳤다. 또 공무직, 기간제 노동자, 청원경찰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를 위해서는 동일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었다.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직원 휴식권 보장과 복지 증진에 방점을 두고 생일휴가를 도입에 나섰다. 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최초다. 상급 자치단체인 광주시도 직원 생일휴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공무원 등이 일정 기간 출근 의무를 면하도록 행정기관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휴가제도 지침을 운영한다. 광산구는 이에 근거해 생일휴가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서민의 힘겨운 삶을 외면한 공직사회만의 잔치이자 구청장의 선심 베풀기 사업이라는 것이다. 광주 지역시민단체인 광산시민연대는 1일 보도자료를 내 “난방비와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서민의 삶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직사회만 누리는 생일휴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는 “공무원이 휴가가 부족해서 못 쉬는 게 아니다. 주어진 휴가나 제대로 마음 편하게 누리는 근무환경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구청장의 선심 베풀기인 생일휴가를 폐지하도록 시민사회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일반직 공무원 1630여 명의 경우 최근 5년간 매해 평균 9.6일씩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수당으로 보상받았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청원경찰(53명)은 연차휴가 보상금 지급 일수가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10.6일에 이르렀다. 기존 휴가조차 소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급인 생일휴가의 신설은 결국 연차휴가 미사용 일수만 하루씩 늘릴 개연성이 크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생일휴가제를 도입한 광산구는 구청장협의회 등 자치구 공동 현안 논의기구에서 공론화를 제안하지는 않았다. 향후 다른 자치구, 상급 기관인 광주시에서도 생일휴가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구의회와 시설관리공단 등 직속 기관 직원들은 본청 소속 파견자를 제외하고 이번 달부터 시작된 생일휴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광산구는 구의회, 직속 기관과도 생일휴가제 도입을 공유하지 않으면서다.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광산구의회가 사무국 복무조례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민 김아무개(54)씨는 “생일휴가 도입이 공직사회의 여유인가”라고 물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층은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 서민에게 위화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공무원 이직률이나 자살률이 나오기도 해서 공직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고취하고자 생일휴가를 도입한 것”이라며 “다른 구청이나 타 기관은 각각 상황에 맞게끔 시행하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해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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