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작용하는 ‘윤석열 리스크’ 없애려면 [우석훈 쓴소리 곧은소리]
  • 우석훈 성결대 교수 (경제학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5 17:05
  • 호수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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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침체에 인구 위기까지 암울한데 대책 안 보여
경제정책에 과도한 이념 덜어내고 절차대로 변화 만들어내야

코스피 수치로 경제를 평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미스터리하게도 보수 정부에서 코스피 지수는 그리 좋지 않았다. 수치로만 보면 김대중 정부 때 2배, 노무현 정부 때 3배,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 1.5배 코스피가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까지는 10년 박스권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마이너스 수준이다. 물론 주가지수는 국제 경제를 비롯해 수많은 변수가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서 지나친 의미를 추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가지수에서 추세적으로 큰 방향이 드러나는 것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코스피는 진보 정권 때 높아졌다. 경제성장률 같은 수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증시가 아주 민감했다. 증권으로 돈이 몰려가면 부동산에서는 돈이 빠지는 게 원론적인데, 진보 정권 때는 돈이 주식으로도 부동산으로도 몰렸다.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권의 큰 문제였고, 결국 정권이 넘어갔다. 오피니언 리더나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주식과 부동산 참여자들은 진보 정권의 펀더멘털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몇 가지 전제에서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자. IMF 경제위기 이후로 일관되게 위기를 보인 것은 합계출산율이다. 정부에선 뭔가 했다고 하지만 아직 외형적 효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일본은 한때 합계출산율 1.4가 붕괴되면서 노령화와 지방 붕괴 등 우리가 지금 하는 얘기들을 먼저 논의했다.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1.4를 다시 회복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경제와 출산 문제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아직 방향도 못 잡고 있는 경우보다는 낫다.

정부가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올겨울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한 2월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정권, 시장 강조하지만 실제 지표상 성과는 미미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또 다른 지표는 경제성장률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설명이다. 그렇지만 그건 일반론이고,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IMF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이 2.0%, 일본이 1.6%였다. 최근 수정 전망치를 내면서 한국은 1.6%로 낮췄고 일본은 1.8%로 높였다. 이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IMF 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사한 흐름으로 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은 -0.1%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 경제는 정부 채무라는 그들의 문제가 있어 기준금리를 유연하게 운용하기가 어렵다. 그 후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이 눈여겨보던 중 이번 IMF의 경제 전망치가 나왔다. 금리 차이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는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한국보다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볼 순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비해 너무 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참고로 일본은 여전히 자민당 보수 정부이고, 한국도 보수 정부다. 이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국의 보수 정권은 시장친화적인 얘기는 많이 하는데, 실제 증시에서 그렇게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코스피가 박스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상유지는 했었다. 윤석열 정부 내 단기 하락은 전 정부 문제로 설명할 수 있지만, 임기 내내 이런 상황이라면 곤란해질 것이다. 증시 용어를 빌려온다면, 예전에 한국 증권들이 저평가되는 ‘코리아 리스크’가 있던 것처럼 ‘윤석열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전히 한국은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자체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만약 윤석열 임기 이후 증시가 급등했다면 반대로 ‘윤석열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지금쯤 쓰고 있었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식과 관련된 수치들과 경제성장률이 ‘윤석열 리스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근거일 것이다. 특히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낮게 형성되는 단기적 요소에는 정부의 긴급 대처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리스크나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경우는 확실히 윤석열 리스크의 속성이 있다. 기민하지도 않았고 유연하지도 않았다. 이런 것들은 그나마 수년 정도 영향을 미치는 단기 위기다.

더 큰 위기는 인구 위기다.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로 경제 자체를 개편하고 이걸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은 출산율에는 안 좋은 변화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들에게 아주 불리하다. 노동 강도는 높이는데, 임금은 동결되거나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산층이 2세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울 정도니, 저소득층이 무슨 희망으로 가정 형성과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하겠나. 어떻게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다주택자 양산만이 거의 유일한 정책 목표인 듯한 나라가 되었다. 여성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도 여전하다. 젠더 갈등은 커지는데 통합의 흐름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진보 정권에 이념이 많고 실용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관점이지만, 경제적 성과만 놓고 보면 과거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정권이 뭔가 바꾼다고 하면서 이념적으로 경제 운용을 했지만 실제 실용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임기 초이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주 52시간 노동에서 노조를 대하는 법까지 경제적으로 이념 과잉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원전은 여러 에너지 포트폴리오 중 하나일 뿐인데, ‘기승전 원전’ 양상을 보일 정도로 탈원전과 원전으로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고 정책도 많이 바꾼다.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다”는 말이 유행했던 노무현 정부 말기, 성장률과 환율 지표들이 환상적으로 좋게 나왔다. 그가 뭘 잘해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 경제 운용에 청와대가 너무 개입하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당장의 변화보다 관리에 중점 두는 시스템을

‘윤석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두 가지만 조언하고 싶다. 우선 경제에 이념을 좀 줄여야 한다. 변화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지지율과 경제적 성과 지수는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한국이라는 덩치 큰 경제는 스스로 문제에 대처한다. 이걸 이래라저래라 해서 꼭 잘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하고 싶은 걸 조금만 참고, 경제 성과가 나면 그때 집중적으로 개혁을 추진해도 된다.

또 하나,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다. 시킨다고 움직이는 시스템이 아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무섭고, 대통령실이 아무리 유능해도 절차대로 움직이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민주주의 경제다. 민간에서는 신입 직원들인 청년 세대의 변화에 맞춰 직장 민주주의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대화하고 형식적으로라도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총선 이후로 판단을 미루겠다는 ‘복지부동’이 지금 정부 내에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대통령 혼자 독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천천히 뜻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작동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은 아직 이런 걸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윤석열 리스크’가 생겨나는 것 아닐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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