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증액하려 공휴일 축소는 안 돼” 덴마크 대규모 시위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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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도일’ 폐지 방침에 시민 수만 명 반대 집회
정부의 공휴일 폐지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코펜하겐의 덴마크 의회 앞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정부의 공휴일 폐지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코펜하겐의 덴마크 의회 앞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덴마크 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위해 공휴일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각)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기도일’(Great Prayer Day)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우리 공휴일에 손대지 말라”,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주최한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시위에 최소 5만 명의 인원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10년간 최대 규모다. 덴마크 경찰은 시위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루터교가 국교인 덴마크는 부활절 뒤 네 번째 금요일을 대기도일로 지정해 기념한다. 이날은 공휴일이므로 덴마크인들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주말 연휴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들어선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의 연립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내세워 내년부터 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대기도일을 일반 근무일로 전환하여 생산성 및 경제활동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일 폐지로 기대되는 45억 덴마크 크라운(6억5400만 달러, 약 8156억원) 정도의 세수 증대분을 국방예산으로 가져다 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덴마크 정치권에서는 다른 인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방력 강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해 “유럽에 전쟁이 진행 중이고, 우리는 우리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모두가 조금씩 더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국방비 증액을 위한 공휴일 축소 계획에 덴마크 내 여론은 부정적이다. 노동계와 야권, 학계 등을 중심으로 공휴일 축소에 따른 세수 확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배관공은 “보통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저(정치권) 사람들에게 우리 의지를 전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덴마크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은 주로 조직력이 강력한 노조와 사용자 조직 간 단체협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상으로 덴마크인들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 국민들보다 적게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덴마크 정부는 공휴일 축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덴마크 정부는 국방예산 확보에 박차를 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권고하는 국방비 수준인 ‘GDP 대비 2%’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3년가량 앞당겨 2030년까지 달성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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