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입사 취소 통보, 이렇게 대응하라
  • 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2 17:05
  • 호수 17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 합격 통보’ 후 입사 취소하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법적 대응 중요하지만 신중한 채용 관리 선행돼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노동법이 꽤나 중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힘들게 취업했거나 이직에 성공했는데, 갑자기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을 때나 회사가 어렵다면서 갑자기 사인을 하라고 할 때가 그렇다.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사저널은 직장인들이 꼭 알아야 할 노무 이슈와 대응법을 입사와 재직, 퇴사 등 상황별로 구분해 연재한다.

최근 지인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렵게 이직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진심을 담아 축하해 줬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직할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재직 중인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는데, 혹시 입사가 취소되면 자신이 난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입사가 취소되면 제출했던 사직서를 다시 주워 담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마저도 거부당할 수 있다.

이런 불안감에도 직장인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이직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직장인들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의 메일함에는 헤드헌터들이 보낸 메일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짬을 내 자기소개서를 다듬기도 한다.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만족감이 이직에 대한 불안감을 누르고도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이직 활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비례해 입사 취소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입사 취소를 당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법적 대응이 가능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경제적 보상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빌 언덕 있어야 법적 대응 가능

여기서 첫 번째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법적 대응을 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사람이 어떤 ‘법의 보호’를 받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1년간 근무한 후에 퇴직금을 받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퇴직급여보장법의 보호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

입사가 취소된 입사 예정자에게 가장 필요한 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해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입사 예정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에 따라 입사 취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결국 입사가 취소된 자가 비빌 언덕은 근로기준법이다.

합격 통보를 받고 아직 정식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이가 많을 것이다. 강의를 나가 이 질문을 하면 항상 5대 5로 의견이 갈린다. 절반은 합격 통보를 받은 이상 근로자라는 생각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래도 출근하지 않았으니 근로자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대법원은 “채용 내정 시점에 근로계약은 성립하되, 채용 내정 직후부터 정식 발령일까지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돼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판례에서 ‘해약권이 유보돼 있다’는 문구가 걸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계약은 성립하되’라는 문구다. 즉, 최종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은 입사 예정자는 유효하게 성립된 근로계약 당사자인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 범위에 들어오게 만드는 합격 통보는 반드시 ‘최종’ 합격 통보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최종 합격 통보가 있었는지 여부는 핵심 근로조건(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과 입사일 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해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어떤 구직자가 2차 면접(임원면접)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 통보를 받은 대상자가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연봉 협상 중에 조직 변동 등을 이유로 입사를 취소당한다. 이 경우 핵심 근로조건과 입사일 중 어느 것도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그 구직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 범위에 들어오지 못한 채로 채용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입사 취소에 따른 부당해고 구제신청 대다수가 구체적인 근로계약이 성립되기 전인 협의 과정에서 채용 절차가 종료됐음을 이유로 노동위원회에서 기각 판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 근로기준법의 보호 범위에 들어온 입사 예정자에 대한 입사 취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 입사 취소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①사유의 정당성 ②절차의 정당성을 모두 갖춰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먼저, 입사 취소 사유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사용자(고융주)는 정당한 사유를 갖춰야 한다. 다만, 채용 내정 시부터 정식 발령일까지는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돼 있으므로 사유의 정당성은 출근 중인 근로자들에 비해 비교적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절차의 정당성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는 입사 취소 통보를 할 때 반드시 취소 시기와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교부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을 위반한 해고는 부당해고다. 부당해고를 당하면 근로자는 현실적으로 몸은 출근하지 못하지만 법적으로 해고일 이후에도 출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해고 기간 동안 정상 근무 시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부당해고를 다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업장을 관할하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 노동위원회의 인용 판정을 받아내는 경우 입사 예정일부터 인용 판정을 받는 날까지 정상적으로 일했더라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입사 예정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통해 임금 상당액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적으로 근무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에 불과하다. 입사 취소를 통해 그가 느꼈을 허탈감과 불안함, 법적 분쟁을 이어 나가는 동안 감수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보상받기 어렵다. 이직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용시장은 더 활발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성숙하고 신중한 채용 관리 문화도 자리 잡길 바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