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만큼 중요한 반려견의 발톱 관리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3: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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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혈관 뻗어있는 만큼 세심하게 잘라야

가끔 미디어를 통해 학대나 방치된 반려견의 모습을 보면 관리되지 않은 털뿐 아니라 길고 구불구불하게 자란 발톱이 눈에 들어온다. 대다수 사람이 반려동물의 발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만큼 그렇게 길어 있는 발톱 모습은 더욱 생소하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반려동물에게 발톱은 털만큼 중요한 부분이라 보호자의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개의 발톱은 개가 걷거나 달릴 때 땅바닥에 닿아 마찰력을 높이고, 발을 박차고 나갈 때 힘을 실어준다. 이런 발톱은 개들이 실외에서 생활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걷고 달리고 긁는 행동을 통해 마모되어 깎아주지 않아도 짧게 유지되지만, 반려견 대다수가 실내에서 생활하는 요즘은 이 발톱이 자연적으로 마모되지 않아 보호자가 주기적으로 잘라 짧게 유지해야 한다.  

발톱이 길게 유지되면 사람을 할퀴는 것 이상으로 반려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발톱이 적정한 길이로 유지되는 경우 발바닥 패드와 나란히 바닥면에 수직으로 닿아 발가락 뼈에 문제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발톱이 길면 바닥에 발바닥이 닿았을 때 긴 발톱이 옆으로 기울어 발톱이 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연관된 발가락뼈와 관절에 변형을 준다. 뼈 관절 건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발톱을 깎을 때는 반려견 전용 발톱깎기를 이용하고, 발톱에는 혈관과 신경이 뻗어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반려견에 따라 발톱이 분홍색이거나 검은색인 경우가 있다. 분홍색 발톱을 가진 경우 비교적 혈관이 분홍색으로 명확하게 보여 혈관이 없는 발톱 끝 부분만, 즉 분홍색 부분 직전까지만 잘라내면 된다. 하지만 검은 발톱을 가진 경우 외관상 혈관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끝에서부터 조금씩 발톱을 잘라내면서 단면을 확인하고, 단면에 검은 점이나 혈관이 비치면 그만 잘라야 한다. 

ⓒfreepik

‘발톱 날리기’는 비정상적인 관리법 

이런 이론적인 부분을 숙지하더라도 발톱을 자르는 과정에서 반려견이 움직이거나 보호자의 실수로 혈관이 있는 부분을 잘라 출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지혈제를 갖춰두는 게 좋다. 지혈제가 없는 상황에서 출혈이 생긴 경우 휴지나 화장솜 등으로 출혈이 있는 발톱을 충분한 시간 동안 눌러 지혈해 줘야 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발톱 날리기’라는 이름으로 반려견의 발톱을 혈관과 신경이 분포해 있는 부분을 포함해 매우 짧게 잘라내는 것을 추천하거나 그 장점을 주장하는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는 보호자가 자주 발톱을 관리하는 수고를 덜고, 발톱으로 인해 유발되는 실내 소음을 예방하기 위한, 오로지 사람의 편의에만 맞춘 비정상적인 관리법일 뿐이다. 반려견에게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건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발톱에는 혈관뿐 아니라 신경도 분포해 있기 때문에 이런 발톱 관리는 반려견에게 극심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발 주변을 만지면 매우 예민해하거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발은 쉽게 오염될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에 이곳의 출혈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염증과 추가적인 감염이 생길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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