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당설’의 실체 추적…“尹의 소신은 중대선거구제”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0 12: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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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멘토 신평이 쏘아올린 ‘尹 주도 정계개편설’ 실체 추적
“尹, 총선 패배 등으로 식물 대통령 되는 것을 가장 우려”
중대선거구제로 여야 개혁세력 모으는 정계개편론 주목

“경우에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평가받는 신평 변호사가 2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신 변호사가 말한 ‘경우에 따라서’는 안철수 의원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 글은 당장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안철수는 없다’는 정치적 신호가 세상 밖에 공개적으로 알려졌다는 의미도 컸지만, 안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될 경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몰고 왔다. ‘메신저’의 힘도 셌다. 자천타천 대통령 멘토의 발언이니만큼 메시지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렸다. 

미묘한 흐름도 포착됐다. 친윤(親윤석열)계와 용산(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해명의 스피커 볼륨에는 차이가 있었다. 친윤계는 연일 “신 변호사 개인의 판단”(김기현 의원)이나 “가능성 없는 이야기”(이용 의원)라며 완전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통령실은 2월5일 이진복 정무수석의 짧은 발언(“이야기할 거리도 안 된다”) 이후 추가적인 공식·비공식적 해명이나 반박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화 나선 ‘친윤’, 묵묵부답 ‘용산’···더 주목받는 ‘尹의 본심’

오히려 그사이 신 변호사는 더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신 변호사는 2월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고민이 아닌 (윤 대통령의) 과거의 고민을 전한 것”이라면서도 안 의원이 실제 당대표가 된다면 “그 후 사태에 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재차 열어두는 발언을 내놨다. 이 발언 이후에도 용산은 계속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사실 새 정부가 임기 중 첫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거나 당명을 변경하는 일이 낯선 장면은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가 모두 총선 전에 이런 시도를 했다. 윤 대통령도 같은 길을 걸으려는 걸까. 과연 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은 뭘까. 정치적 멘토의 입을 빌려 천기를 누설한 것일까, 아니면 실제 윤심과는 거리가 있는 단순 해프닝일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여권발(發) 정계개편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신당’이라는 종착점이 아닌 정계개편설이 ‘왜 지금 튀어나왔나’라는 타이밍과 맥락에 더 집중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①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본심 ②차기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슨 의미일까. 시사저널은 윤 대통령의 멘토가 쏘아올린 ‘윤석열 신당설’의 실체와 그 수면 아래 깔린 다양한 복선들, 재차 곱씹어봐야 하는 결정적 장면들을 살펴봤다. 

 

‘이준석 트라우마’가 불러온 尹心 3·8 전대 

‘윤석열 신당설’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명한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차기 총선과 관련해 몇 가지 소신을 뚜렷하게 핵심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내비쳤다. 먼저 ‘대통령 브랜드’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했다. 차기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른 변수들은 다 부차적이란 판단이다. 윤 대통령의 ‘본심’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내재적 접근을 해보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다음 ‘필요충분조건’은 ‘당·정·대의 혼연일체’다. 이게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생각이다. ‘대통령 브랜드’로 차기 총선을 치르려면 국정 성과가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은 여소야대 국면이다. 최소한 당·정·대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당연히 집권여당 대표와는 ‘척하면 척’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돼야 하는데, 안철수 의원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게 윤 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이라는 설명이 많다. 국정철학은 물론 스타일과 기질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등과 엇박자 정치를 경험하면서 당·정·대의 혼연일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굳혔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와의 극심한 갈등이 윤 대통령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 내 야당’ 때문에 집권 초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당무 개입 논란과 사당화(私黨化)라는 비판 등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윤심’을 드러내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바라보는 尹의 이중적 시선과 태도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바라보고 대하는 ‘이중적·상충적 태도’가 포착된다.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 상당수를 기득권 세력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윤 대통령은 실제 대선후보 출마 후에도 가급적 국민의힘 입당 대신 독자노선을 걸으려 했다고 알려져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입당 이후에도 국민의힘을 자기 집처럼 편하게 느끼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런 인식에도 차기 총선의 공천과 관련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정 성과를 위해선 집권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자칫 공천을 두고 특정 계파 몰아주기나 배제 논란 등으로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내 핵심 참모들에게도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는 극도로 신중한 언행을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 자주 소통하는 핵심 참모는 최근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이 공천을 통해 특정 계파를 다 내몰아내겠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지금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윤 대통령 입장에선 3·8 전대에서 친윤계 당대표 선출이야말로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춧돌인 셈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윤심과 용산이 개입해 극심한 갈등을 빚는 공천이 아닌 윤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당대표가 시스템을 통해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공천이 절실하다. 더불어 향후 있을 수 있는 정계개편에서 자신과 주파수를 같이하는 당대표는 그 어떤 세력보다도 든든한 정치적 우군이 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열린우리당식 창당은 아니더라도 만약 윤 대통령이 신한국당(YS)이나 새천년민주당(DJ)처럼 과거 대통령들이 총선을 앞두고 했던 세력 확장형 재창당을 시도할 때 차기 당대표가 우군이냐 아니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연합뉴스
6박 8일간의 UAE(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월2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영접 나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중대선거구제 통해 자연스러운 물갈이 구상

신평 변호사가 띄운 ‘윤석열 신당설’은 두 가지 정치적 요인과 결합하면 차기 총선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커질 수 있다. 바로 현재 권력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정치적 제도 변화다. 국민이나 언론 입장에서 두 가지는 ‘확인 여부’라는 차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후자는 이미 확인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말도 했다.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실제 정계 입문 전 가깝게 지내던 정계 인사에게 “중대선거구제는 오랜 소신”이라면서 “꼭 이루고 싶은 정치 개혁 과제 중에서도 핵심 과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여권 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이 지점을 주목한다. 현재 권력인 대통령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정계개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구상이 ‘윤석열식 정치 개혁’과 맞물린 오래된 소신이라면 단순한 인터뷰 과정 속 질의응답 차원이 아닌 실제 정치적 승부수로 띄워볼 수 있는 ‘조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 입장에서 중대선거구제 추진은 세 가지 차원에서 2024년 총선판을 자기 중심으로 흔들 수 있는 절묘한 카드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선거구제 추진이 윤 대통령에게 ①정치 개혁이라는 확실한 대의명분(야당도 반대하기 어렵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음) ②세력 확장의 기회라는 실리(정계개편을 통해 야당 일부와 시민사회 세력 흡수) ③국정 브랜드 제시(정치 개혁 깃발을 윤석열 정부의 국정 브랜드로 끌어올려 총선 승리의 이유로 국민에게 제시) 등의 이점을 누리게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국민의힘에 대해 갖고 있는 딜레마적인 이중적·상충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의석을 싹쓸이하고 있는 영남권 등 우세 지역의 공천을 ‘기득권 몰아내기’ 식으로 힘에 의해 찍어눌러 몰아내는 게 아니라 제도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 특히 다선 중진 의원들 입장에서도 고인 물 취급을 받으며 밀려나기보다는 새로운 제도 속에서 도전을 통해 생환을 도모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이런 맥락 속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철학과 구상을 공유했다고 전해진다. 취재에 따르면 특히 윤 대통령은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와도 긴밀히 소통하며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과 여의도가 물밑에서 이미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주파수와 코드를 맞춘 것이다.

 

尹, 정치개혁 ‘명분’과 세력 확장 ‘실리’ 두 마리 토끼 잡을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안팎을 두루 취재해 보면, 윤 대통령은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 이상을 차지한 다수당이 되지 못한다면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장 크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내년 총선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시험대다. 이에 숱한 비판과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윤심 당대표’를 만들고자 한다. ‘이기는 공천’을 위해서다. 일정한 물갈이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동시에 국정 성과도 내야 한다. 그러려면 집권여당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딜레마적 상황이다. 그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신당 창당 혹은 재창당을 통해 세력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세력 교체, 더 나아가서는 주류 교체도 시도할 수 있다. 명분도 실리도 충분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윤 대통령이 집권여당에 취하고 있는 묘한 이중적 스탠스가 설명된다. 

“결국 선거는 저의 2년 동안의 일에 대한 평가이자 앞으로 얼마나 일을 잘할 것이냐에 대한 기대다. 결국은 국민한테 약속했던 것들을 가장 잘할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거기에 무슨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민과의 약속’과 ‘그걸 가장 잘할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윤 대통령의 구상을 이룰 가장 좋은 방법론일 수 있다. 새로운 정치 좌표를 제시하면서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급부도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여의도 정치권은 선거구제 개편 등에서 제도적 개혁을 이뤄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에게는 해볼 만한 일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과연 승부수를 던질까. 신평 변호사가 띄운 정계개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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