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1000만 달러” 이재명에서 김영철까지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10: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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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이재명 방북 위해 대북 송금”…이재명 뇌물죄 적용 가능성

대장동·백현동 개발부터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불법 대북 송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방북 등을 위해 북한에 1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과 북측 확인이 담긴 영수증 등을 고리로 수사에 속도를 냈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박아무개씨를 비롯해 관련 인물을 송환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북 송금 논란과 관련해 “검찰의 소설”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성격에 따라 이 대표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짙어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도-쌍방울-아태협’ 커넥션?… 대북 송금 의혹 확산

김성태 전 회장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북한에 전달한 자금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모두 1000만 달러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2018~21년) 시절인 2019년이었다. 이때는 경기도가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대북 교류 행사인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공동 주최했던 시기(2018년 11월, 2019년 7월)와도 맞물린다. 당초 경기도가 국제대회 비용을 지원해야 했지만, 쌍방울그룹이 아태협을 통해 이러한 비용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첫 번째 국제대회 이후인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국제대회 이후인 11월에는 300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 외에도 200만 달러를 추가로 송금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사업비를 대신 지불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1·4월 500만 달러 송금과 관련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대납용이라고 한다. 추가로 전달된 300만 달러의 경우, 경기도가 추진했던 이재명 대표(당시 도지사)의 방북 비용었다고 한다. 북한이 이 대표의 방북 행사 등을 위해 요구한 액수라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러한 내용의 진술과 함께 ‘물증’도 검찰에 제출했다고 알려진다.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등이 작성한 ‘800만 달러 영수증’이었다. 결국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방북 성사와 경기도 대북 사업 수행을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이 무렵, 김성태 전 회장이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향후 경제 협력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은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기도는 김영철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경기도는 2019년 5월 농촌복합 시범마을 사업 등 협력 사업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안부수 아태협 회장에게 전달했고, 안 회장이 이를 중국 선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와 쌍방울그룹 간 대가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가 쌍방울그룹에 각종 사업권을 보장하는 등의 지원을 약속했는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쌍방울그룹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는 2019년 원산 갈마지구 리조트 건설 사업, 희토류 탐사와 채굴 사업 등을 쌍방울 계열사에 보장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했다. 북한 측에 사업이행금 1억 달러 지급도 약속했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 내 여러 사업을 제안했고, 쌍방울그룹이 이를 검토하거나 계획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걱정하지 말라며 대북 경협 협약을 종용했다” 등의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최준필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재명·이화영은 강력 부인…검찰은 ‘김성태 수사’ 확대

이재명 대표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2월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신작 소설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며 “완성도 떨어지는 소설이라 잘 안 팔릴 것이라 했는데 너무 잘 팔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쌍방울과 관련해서는) 내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고도 했다. 쌍방울과 대북 사업을 논의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화영 전 부지사 역시 옥중 서신에서 “경기도는 안부수 회장과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자금의 성격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게 뇌물죄 내지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 130조(제3자 뇌물 제공)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이를 요구 혹은 약속하는 것을 금지한다.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있었을 경우 성립된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신 북한에 내줬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에는 이 대표에게 직접 뇌물수수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2월3일 김성태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회장을 상대로 대북 송금 경위와 목적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박아무개씨를 불러들이는 동시에,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아무개씨도 2월11일 태국에서 국내로 송환된다. 김씨는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을 지내며 자금 흐름 전반을 꿰뚫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향후 검찰은 대북 송금과 관련해 쌍방울그룹과 경기도 간 대가 관계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그룹 차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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