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尹 공천 영향력 단호히 거절할 것…참모들 정신 차려야”
  • 구민주·이원석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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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권 주자 인터뷰]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上)
“안철수와 싸우는 대통령실 한가해보여…대통령 말 세련되게 전해야”
“尹과도 협력…대통령과 싸워 체급 키울 생각 없어”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월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월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로 전개되는 듯했던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가 ‘천하람’이라는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면서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1986년생으로 현역 변호사인 천하람 후보는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 출신이면서도 스스로 전남에 뛰어들어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당협위원장을 맡는 등 일찍부터 주목받는 당의 미래 자산이었다. 천 후보는 시사저널이 매년 10월 발표하는 ‘차세대 리더’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2월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총선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단호히 거절할 것이며, 이를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윤 대통령의 말을 빌려 “사람에 충성하지 않아도 능력 있으면 당선되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그것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택한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정과 상식“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 컷오프 결과에 담긴 당원들의 메시지는 무엇이었다고 자체 분석하나.

“요즘 다녀보면 우리 당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이러다가 또 망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당이 좀 건강해지나 싶더니 여당이 된 후 또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당원과 TK 당원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TK가 ‘윤심팔이’하는 사람들 편만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면 완전한 오산이다. 이들의 위기의식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TK 내 무소속 돌풍이나 2016년 국민의당 파란의 보수진영 버전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저 또한 당이 낭떠러지에서 정상으로 가도록 돌려놓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생각으로 남은 선거 기간 임할 것이다.”

2월7일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대통령의 공천불개입’을 약속해 화제가 됐다. 이를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가. 이후 대통령실이나 당내 특별한 피드백은 없었나.

“선배들 중 농담 삼아 전화해 ‘천 후보는 당대표실 아니면 감옥으로 가겠네’라고 하는 분은 계셨다(웃음). 대통령 공천불개입은 이미 선거법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다만 조금 더 확실하게 강조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윤핵관에 의한 공천은 결코 안 된다는 얘기다. 결국 혁신이라는 건 곧 권력자의 영향을 줄이고, 권력자와 가깝지만 국민들이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잘라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당의 공천이 당원과 국민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윤심만 내세우는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바로 점퍼에 ‘윤핵관’이라고 문구 찍어놓고 선거 뛰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공천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의 세련된 의견 개진은 환영이다. ‘내가 이런 사람을 키워주고 싶다. 원내에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라고 대통령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공정한 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도 그분들을 도와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 이상의 요구가 온다면 분명하게 거절할 것이다.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기를 생각이다. 대통령께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셨지 않나. 그렇다면 낙하산 공천은 결코 안 되는 것이다. 전 사람에 충성하지 않아도 능력만 있으면 당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것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의 기대와 바람이며 대통령에게도 분명 플러스가 되는 방식이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최근 안철수 후보와의 갈등까지,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대통령도 사람이니 이해는 한다. 다만 이런 방식의 당무개입을 하는 대신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대국민담화를 해야 했다고 본다. ‘함께 총선 치러야 하는 집권 초 당대표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당대표를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차라리 정면 돌파를 했다면 이 정도 역풍은 불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은 명확히 선언은 않고 대통령실 발로 이런저런 공격을 가한다. 그 가운데 있는 대통령실은 무슨 카카오톡 메신저인가. 참모란 대통령이 직구를 던져도 이를 부드러운 변화구로 바꿔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감정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하는 걸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 그러니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안 좋은 프레임만 쌓이지 않나. 참모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게 충신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충신이다.”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 중 가장 심각했다고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

“‘안철수가 대통령의 적’이라고 했던 표현이다. 안 후보가 마음에 안 들 순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쩨쩨하게 대통령의 적이 안철수라는 메시지라니. 대통령의 적은 빈곤·불평등·지역소멸과 저출산, 경제 위기가 되어야지, 고작 안철수가 적인가. 국민 보기에 얼마나 한가해 보이겠나. 적이라 규정하는 순간 대통령과 안 후보는 동급이 된다. 왜 대통령실 스스로 이들을 동급으로 만드나. 그러니까 안 후보 본인이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지지율이 오르는 것 아닌가. 대통령실이 안 후보 선거운동을 해준 격이다. 국토는 넓다. 용산과 여의도만 국토인가. 국민 다수의 삶을 챙기고 있다는 인식을 드려야 한다. 전당대회 하는데 대통령의 지지율 빠지는 게 말이 되나. 말도 안 되는 이 흐름을 돌려보고자 최대한 노력 중이다.” 

흐름을 돌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총선 승리는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지 않겠나.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너무나 힘들어진다. 집권 후 처음 1~2년은 더불어민주당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런데 5년 내내 그러면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좋은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측근들의 전횡을 없애고 신선한 인물을 공정하게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이 오르고 비로소 대통령이 원하는 걸 펼칠 수 있게 된다.” 

전당대회 남은 기간, 천 후보 본인에게도 대통령실의 압력이 가해지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의연하게 대처할 거다.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 지어 얘기 드릴 거다. 전 국정에 있어 대통령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도울 것이다. 여당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실수도 웬만하면 감쌀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은 내부적으로 먼저 말씀드릴 것이다. 대통령한테 감정적으로 아픈 형태로도 전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점잖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 공격이 없는 걸 보면 아직 절 키워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저는 대통령 입장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보다 천하람이 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직 천하람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없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우니까 속으로는 안 좋게 볼 순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미 적이라 규정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나. 저는 대통령과 협력하고 싶다. 집권의 일부가 되고 싶지, 대통령과 싸워 체급을 높일 생각이 없다. 전 다음 대선에도 나갈 마음이 없다. 그런 면에서 김기현 후보가 내세운 ‘미래 권력이 아닌 당 대표’ 기준에도 제가 가장 들어맞는다.” 

☞ 계속해서「천하람 “김기현, 당원들 상대로 협박…안철수, 결기 없어”」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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