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작해 ‘콜 몰아주기’…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257억원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2.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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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더 멀어도 가맹택시 우선 배차…독과점 지위 강화”
카카오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 반영 안 해…행정소송 등 강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카카오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카카오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택시 기사들에게 부당하게 승객 호출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14일 공정위는 카카오T 앱의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전했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는 무료인 '일반 호출'과 최대 3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블루 호출'로 나뉜다. 비가맹택시는 일반 호출만을, 카카오T블루는 일반과 블루 호출을 모두 수행한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해 일반 호출에도 가맹택시를 우선으로 배차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4월 중순까지 승객에게까지 도착시간이 짧은 기사에게 호출을 배차하는 로직(ETA 방식)을 운영했는데, 카카오T블루가 일정 시간 내에 있으면 더 가까이에 일반택시가 있어도 가맹택시를 우선 배차했다.

2020년 4월 중순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기사를 우선 배차하고 실패하면 ETA 방식을 적용하도록 배차 로직을 바꿨다. 이때 AI 추천은 승객 호출 수락률이 40∼50% 이상인 기사들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단거리 배차에서 가맹 기사를 제외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기사(평균 70∼80%)와 비가맹 기사(평균 10%)의 수락률에 원천적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수락률 기준 우선 배차는 통상 더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므로 승객이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고 택시도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며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가 독과점 지위를 확대·강화해 경쟁이 제한됐다고 봤다. 이 같은 행위로 가맹 기사의 월평균 운임 수입이 비가맹 기사의 1.04∼2.21배에 달했으며 이것이 가맹 가입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 가맹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말 14.2%(1507대)에서 2020년 말 51.9%(1만8889대), 2021년 말 73.7%(3만6253대)로 급증했다. 반면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했다. 택시 앱 호출 시장 내 카카오T의 점유율은 2021년 약 94.46%에 달했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식회사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제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식회사 카카오모빌리티 관련 제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의결서를 받는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일반호출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그 이행상황을 보고할 것을 명령했다. 수락률에 기반한 배차를 하는 경우에는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지난달 제정된 독과점 심사지침이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특정 시장(일반 호출)의 지배력을 이용한 자사 우대를 통해 다른 시장(택시 가맹 서비스)으로 지배력을 전이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네이버쇼핑 건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공정위 심의 결과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심의 과정에서 AI 배차 로직이 승객의 귀가를 도와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택시 업계의 영업 형태를 고려한 사실관계 판단보다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오해를 해소하고, 콜 골라잡기 없이 묵묵히 승객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현장에서 애써온 성실한 기사들의 노력과 헌신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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