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용산 대통령실은 무위(無爲)하라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3.02.17 17: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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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을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제왕학이었다. 은둔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은둔 문제는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다. 나라에 도리가 있으면 나아가 일을 행하고 나라에 도리가 없으면 물러나 도리를 닦으라는 것이 공자 메시지다. 이는 누가 봐도 신하를 향한 조언이다.

그러고 보니 《도덕경》에 은둔에 관한 언급이 없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임금에게는 은둔이란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 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 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어》는 임금을 향한 메시지와 신하를 향한 메시지가 두루 섞여 있다. 그런데 현대 중국 철학자들은 군신(君臣) 문맥을 생략하고 읽으니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이(學而)편에서 증자는 이렇게 말한다. “신종추원(愼終追遠)하면 백성들의 마음이 두터워진다.” 신종추원이란 부모상을 삼가서 지내고 먼 조상까지 잘 추모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 증자 말의 주어는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임금이다. 이런 식으로 주어를 추적하다 보면 《논어》에는 임금을 주어로 해야 하는 것과 신하를 주어로 해야 하는 것들이 적절히 배합돼 있다. 군신(君臣)이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인 것이다.

참고로 《맹자》란 책은 초지일관 신하 입장에서 임금에게 인의(仁義)를 행하라고 다그치는 책이다. 임금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주희는 이 책을 사서(四書)에 포함시켜 권위를 부여하고 신권(臣權)정치론을 만들어냈다. 강한 왕권 의식을 갖고 있었던 조선 숙종은 숙종 2년 3월20일 경연에서 《논어》를 마치고 《맹자》를 읽다가 이렇게 말한다. “《맹자》에 ‘신하가 임금 보기를 원수와 같이 한다’고 한 것과 ‘바라보니 임금 같지 않다’고 한 것과 같은 말은 너무 박절하다.”

이번 기회에 《도덕경》을 직접 해석하며 읽어보니 그간 필자가 갖고 있던 많은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제13장에 총욕(寵辱)이 나오는 것만 신하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성왕(聖王)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면 그 유명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뭐란 말인가? 이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오독돼 왔다.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작위(作爲), 즉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기존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오독은 무행(無行)과 무위(無爲)의 차이를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다. 무위지행(無爲之行)은 말이 되지만 무행지행(無行之行)은 자기모순이다.

이 점은 《도덕경》에 허(虛)자는 나와도 공(空)자는 나오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 허(虛)는 ‘비우다’이고 공(空)은 ‘비어 있다’는 뜻이다. 비우는 일은 뭔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어 있다는 것은 그냥 상태일 뿐이다. 허(虛)하려고 노력해야 무위(無爲)를 행할 수 있다.

이제 자연(自然)만 풀면 된다. 자연은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산, 바다, 강 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 그러한 모습, 즉 자연스러움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은 그래서 무위해야 자연스럽다는 말이며 그것이 바로 도(道)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노자가 무위자연을 이야기하는 목적은 딱 하나, 성왕(聖王)은 바로 이런 무위자연을 본받아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공자는 차선으로 현(賢)도 이야기했지만 노자는 오직 성(聖) 하나만을 말한다. 매우 급진적이다.

그래서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다가도 요즘 용산 대통령실이 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 이런저런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실 사람들은 특히 무위(無爲)해야 하건만 너무 유위(有爲)하다 보니 민심이 외면하지 않는가!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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