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의 시간’은 끝났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5 12: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親尹후보 김기현 지지율 급등…“尹心 얻은 게 결정적”
저조한 尹 국정지지율에…“당심, 민심 영향 받을 것” 전망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후보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예비경선까지 김 후보의 지지율을 띄운 ‘윤심’이 본경선에선 추가 지지율 상승을 막는 약점으로 지목되면서다. 안철수‧천하람 후보 등은 김 의원과 윤 대통령을 둘러싼 당무개입 논란을 파고들면서 비윤석열계 당심을 결집시키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율이 ‘윤심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난방비 폭탄’ 등으로 대정부 민심이 악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김기현’이라는 공식이 되레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주자도 제친 金, ‘尹心’의 힘?

전당대회 전까지 김기현 후보는 국민의힘의 ‘조연’에 가까웠다. 권성동‧윤한홍‧이철규‧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친윤 4인방’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비윤석열계 구심점인 이준석 전 대표와도 거리를 뒀다. 그랬던 김 후보의 몸값이 뛴 첫 번째 계기는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였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 의원의 지지를 얻으며 ‘윤심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출마를 시사하자 김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월2~3일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여론조사(1월5일 발표, 무선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AR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3.0%,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나 전 의원이 35.0%로 1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의 절반 수준 지지율인 15.2%를 기록했다.

김 후보가 ‘나경원 변수’로 코너에 몰리나 친윤계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장제원 의원이 선봉에 서 나 전 의원을 ‘반윤’ 후보로 몰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 김 후보와의 연대를 발표했다. 이후 김 후보는 일약 전당대회 ‘주연’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김 후보를 차기 당대표로 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양상이다.

13일 발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고성국TV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1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 861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가 41%, 안 후보가 27%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p)로, 김 후보가 안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 앞서는 결과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기 잃은 尹대통령…‘윤심’ 역풍 부를 수도

다만 본경선에선 김 후보가 더 이상 ‘윤심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 주자들이 김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주종(主從) 관계’에 가깝다며, 당무개입 논란 등을 제기하면서다. 특히 비윤계 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는 오는 토론에서 김 후보에게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당‧정‧대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겠단 계획이다.

천 후보는 지난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후보가 최근 쌓은 인지도의 질이 상당히 안 좋다. 초반엔 장제원 의원 도움받아 ‘김장연대’로 인지도를 올리고, 그다음엔 ‘윤심’ 등에 업고 조금 더 올렸다”며 “이 내용 중 김 후보에게 좋은 게 뭐 있나. 모래성이다. 남은 기간 이 지지율은 의외로 쉽고 빠르게 빠져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 후보는 이어 “김기현 후보를 여기저기서 이렇게까지 띄워주는데도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전통 지지층에서 반작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율이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최근 ‘난방비 폭탄’ 등으로 대정부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당심’이 ‘민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선출의 가장 큰 영향 변수는 ‘윤심’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윤심 위에 당심이 있고, 당심은 민심과 괴리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지난 6~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4%p 떨어진 36.9%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2.5%p 오른 60.3%다.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4주차(60.8%) 이후 처음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심’은 이번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다. 김기현 후보가 뜨기 시작한 것도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 발표 이후”라며 “다만 앞으로 남은 시간 당원들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도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윤심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당대표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시스템(ARS) 100%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2.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의 주간 집계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