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尹 국정지지율에…“당심, 민심 영향 받을 것” 전망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후보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예비경선까지 김 후보의 지지율을 띄운 ‘윤심’이 본경선에선 추가 지지율 상승을 막는 약점으로 지목되면서다. 안철수‧천하람 후보 등은 김 의원과 윤 대통령을 둘러싼 당무개입 논란을 파고들면서 비윤석열계 당심을 결집시키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율이 ‘윤심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난방비 폭탄’ 등으로 대정부 민심이 악화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김기현’이라는 공식이 되레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대선 주자도 제친 金, ‘尹心’의 힘?
전당대회 전까지 김기현 후보는 국민의힘의 ‘조연’에 가까웠다. 권성동‧윤한홍‧이철규‧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친윤 4인방’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비윤석열계 구심점인 이준석 전 대표와도 거리를 뒀다. 그랬던 김 후보의 몸값이 뛴 첫 번째 계기는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였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 의원의 지지를 얻으며 ‘윤심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권 출마를 시사하자 김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월2~3일 국민의힘 지지층 412명에게 여론조사(1월5일 발표, 무선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의 AR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3.0%,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나 전 의원이 35.0%로 1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의 절반 수준 지지율인 15.2%를 기록했다.
김 후보가 ‘나경원 변수’로 코너에 몰리나 친윤계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장제원 의원이 선봉에 서 나 전 의원을 ‘반윤’ 후보로 몰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했다. 결국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 김 후보와의 연대를 발표했다. 이후 김 후보는 일약 전당대회 ‘주연’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김 후보를 차기 당대표로 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양상이다.
13일 발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고성국TV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1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 861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가 41%, 안 후보가 27%로 각각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p)로, 김 후보가 안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 앞서는 결과다.
인기 잃은 尹대통령…‘윤심’ 역풍 부를 수도
다만 본경선에선 김 후보가 더 이상 ‘윤심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 주자들이 김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주종(主從) 관계’에 가깝다며, 당무개입 논란 등을 제기하면서다. 특히 비윤계 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는 오는 토론에서 김 후보에게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당‧정‧대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겠단 계획이다.
천 후보는 지난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후보가 최근 쌓은 인지도의 질이 상당히 안 좋다. 초반엔 장제원 의원 도움받아 ‘김장연대’로 인지도를 올리고, 그다음엔 ‘윤심’ 등에 업고 조금 더 올렸다”며 “이 내용 중 김 후보에게 좋은 게 뭐 있나. 모래성이다. 남은 기간 이 지지율은 의외로 쉽고 빠르게 빠져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 후보는 이어 “김기현 후보를 여기저기서 이렇게까지 띄워주는데도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전통 지지층에서 반작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저조한 국정지지율이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최근 ‘난방비 폭탄’ 등으로 대정부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당심’이 ‘민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선출의 가장 큰 영향 변수는 ‘윤심’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윤심 위에 당심이 있고, 당심은 민심과 괴리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지난 6~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4%p 떨어진 36.9%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2.5%p 오른 60.3%다.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4주차(60.8%) 이후 처음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심’은 이번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다. 김기현 후보가 뜨기 시작한 것도 윤 대통령의 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 발표 이후”라며 “다만 앞으로 남은 시간 당원들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중요해질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도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윤심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당대표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시스템(ARS) 100%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2.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의 주간 집계 응답률은 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