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式 ‘연대정치’의 손익계산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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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나경원과 연대 성공하며 ‘낮은 인지도’ 극복
“남에게 지지율 빌려” 비판 속…윤상현과의 연대도 시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가 연이은 ‘연대’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친윤석열계 복심인 장제원 의원부터 한때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나경원 전 의원과 조경태 의원까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권 주자 간 합종연횡에서 김 후보가 우위를 점하면서 안철수 캠프 등에선 초조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연대의 효과, 파급력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새민연 전국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새민연 전국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등에 업고, 나경원 손잡고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이 같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지난해 12월26일, 김 후보는 부산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맛있는 김장을 해 부산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 내 풍문으로 떠돌던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김 후보의 손을 맞잡은 장 의원은 “차기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연대와 통합을 끌어내는 리더십”이라고 화답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날 이후 김 후보의 ‘급’이 달라졌단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장 의원의 지지를 얻으면서 김 후보가 일약 ‘윤심 후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효과도 있었다. ‘김장연대’ 이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3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장연대’ 발표 후 지지율이 3위권 안으로 급상승했다.

김 후보의 ‘러브콜’은 아군을 넘어 ‘적진’까지 이어졌다. 친윤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다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김 후보는 나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자택뿐 아니라 가족여행지까지 찾아가 연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삼고초려에 나 전 의원도 결국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에 성공한 셈이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김기현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연대 의사를 타진해왔었다”며 “나 전 의원이 ‘고독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사실 김 후보나 친윤계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이 성공하려면 ‘비윤 지도부’는 안 된다는 게 나 전 의원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나 전 의원을 품은 뒤 김 후보의 지지율은 안정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김 후보가 ‘1강’ 혹은 안철수 후보와의 ‘2강’ 체제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김장연대’와 ‘김나연대’가 실제 김 후보에겐 플러스(+)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기현 후보는 전국구 정치인이 아닌 PK(부산‧경북)에 기반을 둔 지역 정치인이었다”며 “결국 김 후보를 띄운 건 ‘윤심’이다. 윤 대통령 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가 아니었다면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가 뜰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 효과는 ‘김장연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분명 컸다”며 “나 전 의원의 지지층 중 절반만 흡수했다해도 김 후보로서는 큰 득을 본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조연대’ 효과는 물음표…남은 건 윤상현?

연대로 재미를 본 김 후보는 컷오프 직후 또 다른 연대를 발표했다. 세 번째 연대의 주인공은 컷오프에서 탈락한 조경태 의원이었다. 김 후보는 1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의원이 당헌·당규에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전당대회 후보를 지지를 할 수 없어 구체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사전에 김기현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김조연대’가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 의원이 비윤과 친윤계 모두를 비판했던 ‘옅은 계파색’의 후보였기에, 지지층의 표심도 다른 후보에게 갑자기 쏠리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경태 의원은 지역(PK) 특색이 강했기에 지지층의 표심도 친윤이나 비윤 중 한 곳으로 쏠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일각에선 연대로 쌓은 지지율은 ‘불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현이 좋아서’가 아닌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지지하니까’라는 이유로 쌓인 지지율은 작은 논란에도 쉽게 붕괴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천하람 후보는 지난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기현 후보가 최근 쌓은 인지도의 질이 상당히 안 좋다. 초반엔 장제원 의원, 그다음엔 ‘윤심’을 등에 업고 조금 더 올렸다”며 ”남은 기간 이 지지율은 의외로 쉽고 빠르게 빠져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 후보 측은 컷오프에서 탈락한 윤상현 의원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에 기반을 둔 윤 의원의 지역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다만 윤 의원은 김 후보와 달리 ‘수도권 당 대표론’을 펼쳐왔고, 김 후보가 나경원 전 의원을 찾아갔을 때는 “낯짝이 있다면 그렇게 못 갈 것”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여기에 안철수 캠프 측이 ‘안윤연대’를 제안, 윤 의원 측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의 경선을 도왔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연대’라면 안철수 후보의 손을 잡는 게 맞다. 윤 의원도 ‘친윤 일색 지도부’에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다만 경선 캠프 인사들 사이에선 오랜 동지(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김기현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윤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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