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 라인’ 특수통 검사 금감원行…이재명·이낙연 정조준용인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4: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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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TO 만들어 금감원 ‘옵티머스-라임’ TF팀에 천재인 검사 배치
금감원 통해 영장 없이 무제한 ‘계좌 추적’ 가능해 ‘뒷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 말을 되받아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검찰이 옵티머스-라임 재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금감원에 파견한 천재인 검사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검찰과 금감원의 공조 수사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라고 하지만, 파견 검사의 화려한 ‘정치 수사’ 이력을 고려하면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천 검사가 특수통 출신으로 윤석열·한동훈 핵심 라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감원이 없는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 ‘윤석열 사단’ 검사를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은 1월 평검사 인사에서 천재인 검사를 광주지방검찰청에 발령했지만, 곧바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국장급으로 파견 근무를 보냈다. 최근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은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재조사를 위해 10여 명 안팎의 특별점검 TF팀을 꾸렸는데, 천 검사는 TF팀에서 법률 자문을 맡게 됐다. 금감원 측은 인사 배경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피해 재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금감원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기에 검사 파견이 이뤄졌다”면서 “금감원이 검찰에 파견 요청을 하긴 했는데, 천 검사가 온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법률신문
ⓒ연합뉴스·법률신문

전례 없는 금감원 파견 검사

하지만 검찰과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번 천재인 검사 파견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통상 금감원의 검찰 파견 인력은 검사 1명(법률자문관)과 수사관 1명(금융자문관)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일찌감치 전영우 검사가 이복현 금감원장을 보좌하는 법률자문관으로 온 터라 금감원 검사 파견 TO(인원수)는 이미 찬 상태였다. 더군다나 금감원 검사국에서 ‘원 포인트’로 검사를 파견받은 전례도 없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정부 유관기관에 새로운 파견 자리를 만드는 건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해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천재인 검사의 금감원 파견이 옵티머스와의 유착설이 제기된 야권 수사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과 공조체제를 구축한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수단은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전 정권 청와대와 금융 당국 관계자를 대상으로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팀을 꾸렸는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천 검사가 금감원에 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천 검사는 윤석열·한동훈 핵심 라인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당시 ‘정치 수사’ 최일선에 있었다. 천 검사는 2018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세월호 유가족 및 민간인 사찰 의혹의 담당 검사였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때 한동훈 장관이 지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에도 있었다.

특히 윤석열 사단에 대한 강한 충성심이 느껴지는 천 검사의 일화도 주목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 검사였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한동훈 장관도 채널A 기자와 강요미수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수사 지휘를 내렸는데, 천재인 검사는 이에 반발하다가 수사팀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동훈 장관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천 검사가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해 미리 뺀 것으로 전해진다. 어떻게 보면 천 검사는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던 정치권 수사의 한복판에 있었으며, 윤석열 사단과 한배를 탔던 셈이다.

천재인 검사의 파견에는 여러 정무적 요소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복현 원장을 고려한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80년생인 천 검사는 이 원장과 같은 특수통 계보를 잇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2019년 이 원장은 특수4부 부장검사, 천 검사는 특수1부 검사였다. 또 이 원장은 통상 부부장검사와 부장검사가 왔던 금감원 법률자문관 자리에 자신과 함께 특수4부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했던 직속 후배 전영우 검사를 끌어왔다. 이 원장 입장에서는 간부급 파견 검사보다 특수통 직속 후배 평검사들을 데리고 일 처리를 하는 게 더 수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43세인 천 검사와 전 검사는 모두 연세대 법학과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동기(39기)로 묶인다는 점도 공교롭다.

이번 인사가 검찰과 금감원의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공조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라임 사건은 최근 48일간 도주극을 펼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주범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2018~22년까지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원대 투자를 받아 부실채권 인수 등에 쓰다 막대한 투자 피해가 발생한 펀드 사기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옵티머스와의 유착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7 금융감독원 ⓒ시사저널 최준필

‘한동훈 수사’ 반발했던 천재인 검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를 만나 옵티머스 자금이 들어간 경기봉현물류단지 사업 관련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낙연 전 대표 선거캠프 관계자는 옵티머스로부터 복합기 사용료를 대납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에 들어간 지 1년2개월 만인 2021년 8월 민주당과 옵티머스 유착 의혹 수사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면서 당시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의혹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옵티머스 사태 전면 재수사를 예고하면서 검찰과 금감원이 야당을 겨냥한 합종연횡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시 여당의 정·관계 로비 의혹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검찰 입장에서는 금감원을 통한 새로운 증거 확보가 절실하다. 검찰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을 부활시킨 데 이어 금감원 수장도 검찰 출신이어서 두 기관이 사실상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특수통 출신인 윤석열 라인 검사가 금감원에 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우군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야당 수사를 예고한 정권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측근을 보내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검사 파견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먼저 검찰이 파견 검사를 통해 편법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금감원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인 계좌추적권 활용이다.

금감원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금감원장이 발급한 자료 요구서만 있으면, 법원 영장 없이 계좌 추적을 할 수 있다. 반면, 매번 법원을 설득해 계좌 영장을 받아 수사해온 검찰은 금감원 공조를 통해 손쉽게 계좌 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수사권 축소에 따라 검찰 수사가 막힐 경우에도 이를 뚫어줄 우회로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이번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서 금감원의 광범위한 계좌 추적권이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검찰과 금감원이 공조한다고 하지만 사실 검찰이 금감원의 계좌추적권을 활용해 편법 수사를 하려는 것으로 본다”면서 “검사가 금감원 실무 업무에 파견된 것도 처음이니만큼 검찰과 금감원 공조가 무소불위식 편법 수사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파견 검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금감원 검사 내용을 제한 없이 열람해 검찰에 정보를 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 역사상 현직 검사가 둘씩이나 파견된 적은 전례에 없는 일이다. 검찰이 이런 식으로 한다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여도 얼마든지 편법으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면서 “금감원 파견 검사의 정원과 직무 범위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정치 수사에 동원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검찰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내년 4월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검찰을 통해 야당 흔들기에 나설 것이며, 총선 이후 전 정권을 또다시 정조준한다는 걸 큰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도 검찰과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옵티머스 사건 재수사 대열에 합류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금감원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총선 출마설 나오는 이복현 역할론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이복현 원장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옵티머스-라임 전면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금감원은 이미 검사와 제재를 종료했다는 입장이어서 자체적으로 별도의 전면 재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실 안팎에서 이복현 원장이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로 하마평이 돌기 시작하면서 기조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대통령실의 큰 그림대로 총선을 앞두고 이 원장이 민주당에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총선 출마설에는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2월5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금감원에서 해야 할 일이 단순히 6개월, 1년 사이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을 맡은 만큼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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