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계주? 신종 유사수신 ‘계모임’ 주의보…금융약자 노린다
  • 지종간 영남본부 기자 (sisa531@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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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부 등 금융 취약 계층 대상, 피해자 양산
초고수익 내세우며 가입자 확보, 피해 불 보듯
전형적인 ‘돌려 막기식’ 자금 운용…시한폭탄化
'계모임' 회원 확보 설명회 모습 (사진 제공= 이 종 윤)
'회사 주도계모임' 회원 확보 설명회 모습 ⓒ제보자 제공 

자금 운용 주체, 즉 계주를 개인이 아닌 회사가 맡는 신종 ‘계 모임’ 식 유사 수신행위가 초고수익을 내세우며 서민층을 대상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가입자들의 대다수가 노인, 주부 등 금융 취약 계층인데다, 곗돈 명목 가입금도 생활자금이나 카드 대출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 피해를 넘어 사회적 파장도 예상된다. 

경남 진주에서 식당을 하는 이아무개씨(54세)는 지난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서울에 사무실을 둔 계모임 업체 관계자의 말을 믿고 천 800여만 원을 입금했으나 아직 원금의 70%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하동군에 사는 주부 강아무개씨(69세) 또한 지난해 초 700만 원을 맡겼다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회사 퇴직 후 연금 생활을 하는 이아무개씨(65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전 지인을 통해 계모임 업체를 소개받은 뒤 센터장을 맡아 자신은 물론, 나중에는 친인척까지 가입을 권유해 투자금을 3000만 원 정도로 늘려 낭패를 보고 있다. 

이씨는 “계주가 개인이 아닌 회사인데다, 이 업체가 처음 몇 번 약속을 잘 지킨 걸 믿은 게 잘못”이라며 후회하고 있다.

‘회사 주도 계모임’ 이란 명분으로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는 이 업체 대표에게 보내진 돈의 규모는 “진주, 양산, 사천, 진해, 하동, 남해 등 경남지역만 1000건이 넘고, 가입금액은 전국적으로는 수백억 원에 이를 것” 이라는 게 센터장 이씨의 설명이다.

이 업체의 고객 확보 방식은 계좌 당 140만 원(혹은 120만 원)을 정해놓고, 한 계좌 기준 가입자에게 매주 5만 원씩, 한 달에 20만 원을 500만 원이 될 때까지 지급하는 구조인데, 한 번도 빼먹지 않는다면 25개월 동안 원금의 서너 배 이상을 주는 셈이다. 초고수익이어서 가입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회사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 계원 이모씨
피해자가 회사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제보자 제공

하지만 회원들에게 약속한 주급 형식의 지급금은 회원 자금으로 마땅한 사업에 투자해 얻은 이익금이 아닌, 신규회원 가입금이나 기존 회원들의 추가금을 통해 계속 조달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곗돈이 대부분이어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가입자들의 주장이다.

이 회사가 급성장한 2021년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려 유동성은 좋았지만 금리는 낮았다. 이에 회사는 전국 각 지역에 센터까지 두고 조직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섰고,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1여년을 전후해 시중 금리가 크게 높아져 신규 계원 확보 등 돌려막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회원 가입자들이 보낸 곗돈 대부분이 생활자금이거나 카드 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회사가 최종 파산할 경우 어떠한 2차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많은 이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엄청난 고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신종 금융상품은 ‘유사 금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금융당국에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편 전국의 피해자들은 다음 달 중순쯤 전세버스를 동원해 서울 업체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유사 수신 문제가 고금리와 경기침체와 맞물려 더욱 사회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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