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독과점으로 약탈적 영업…10조 사회공헌, 본질 아냐”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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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내놓은 사회공헌 수십조원될 것…살펴볼 필요 있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향해 “약탈적 영업”을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은행권이 최근 발표한 3년간 10조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책에 대해서도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평가 절하했다.

이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 직후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들이 큰 금리 부담을 겪는 와중에서도 은행들은 수십조원 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그 사용 방식과 관련해 여러 의문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 우월적 지위 이용 행태가 적절한지 강한 문제의식이 정점에 있다”면서 “은행의 공공적 측면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데에는 독과점적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금융당국뿐 아니라 은행업 쪽에서도 같이 고민을 하자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내놓은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대상으로 3조원, 경제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중소기업에게 3조원, 서민금융에 약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은행 출연금은 7800억원 수준인데 보증 배수를 통해 지원 규모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회공헌책을 내놨는데 몇 년 치를 모으면 수십조원 규모일 것”이라면서 “(실제) 어떻게 공헌이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과점 체제 개선 방향에 대해선 “실효적 경쟁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자는 게 기본적인 스탠스”라며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면 그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23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TF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 당국 담당자들과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경쟁 촉진 방안 수립을 주문한 이후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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