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텅텅”…빈 상가 늪에 빠진 세종시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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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 22.9%…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아

“임대료 문의는커녕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요.”

세종시 보람동 A 공인중개사 사장의 말이다. 20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야외 주차장 인근에서 한빛유치원까지 약 200m 길이의 도로에 늘어선 금강 수변 상가들은 75%가량 비어 있었다. 이곳의 명물이던 한 카페는 지난해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문이 닫혀 있었고, 대형 상가 1층 내부는 ‘매매·임대’라는 안내문과 함께 오래된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여파가 소비 시장을 넘어 상가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세종시 상가 공실률이 높던 상황이라 상가 투자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월20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야외 주차장 인근의 텅 빈 상가 모습 ⓒ시사저널 이상욱
2월20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야외 주차장 인근의 텅 빈 상가 모습 ⓒ시사저널 이상욱

국토교통부 등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이 22.9%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0.9%로, 역시 전국 최고다. 이는 세종시 간선급행버스(BRT) 노선 상권과 아파트 단지별 상가구역 등을 합한 수치인데, 금강 수변 상가 공실률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한 공실률은 이보다 더 컸다. 나성동 한누리대로에 인접한 1층 점포 중 비어 있는 매장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2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는 경우도 보였다. 문 연 곳 중에선 저가 음식점만이 손님으로 북적였다. 나성동 일대에서 10여 년간 공인중개업을 해온 한 대표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3고 현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에서도 3고 현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는 이미 매우 커진 상황이다. 나성동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8)씨는 “저녁에만 문을 여는데, 배달 주문이 현저히 줄었다”면서 “초저녁 배달 주문을 처리하고는 밤새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매출도 평소의 30%로 떨어져 이런 식으로 몇 개월 더 있다가는 임대료도 못 낼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나성동에 있는 한 카페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손님이 더 줄어 조용하다”면서 “아직 휴업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월세는 어떻게 낼지 걱정”이라고 했다.

소비 시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가 시장에도 조만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상가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나빠지던 상태라 우려는 더 크다.

지난해 세종시의 건축물 거래량은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수익형 상품인 상업업무용 부동산 시장도 크게 타격받은 것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도시상업지역 건축물 거래 건수는 총 1171건으로 1년 전인 2021년 2729건에 비해 57.1% 감소했다.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2월20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야외 주차장 인근의 한 상가 1층 내부 모습 ⓒ시사저널 이상욱
2월20일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야외 주차장 인근의 한 상가 1층 내부 모습 ⓒ시사저널 이상욱

지난해 상가 임대가격지수 전 분기보다 0.25% 내려…높은 임대료·상권 미성숙 영향

임대료 변동 추이를 나타내는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세종시 모든 상가 유형에서 1년 이상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상가의 경우 2015년 4분기 이후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집합 상가는 높은 임대료와 상권 미성숙에 따른 배후수요 부족 등으로 임대가격지수가 전 분기보다 0.25% 내렸다. 

전문가들은 상가 시장이 붕괴되면 지역 상권이 죽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염려한다. 대전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3고 여파로 상가 매출이 떨어지고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면서 “공실이 많다는 건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인데, 지역 상권 자체가 몰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높은 상가 공실률로 심란한 세종시에 또 다른 변수도 등장했다. 세종시는 정부 건물이 모여 있는 곳으로, 현재 도시 사무실 공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소유 또는 임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정부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으로 이전하는데, 이 때문에 빈 사무실이 늘어나게 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민간건물을 임차해 사용해 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사혁신처 등이 오는 6월까지 정부 소유 건물로 이전한다”며 “세종시는 공실이 된 사무실 등의 문제로 씨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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