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시각 장애 사이 연결 고리 있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5 15: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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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으로 TV시청도 못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된 케이스

최근 한 남매의 부축을 받으며 80대 후반의 노모가 병원을 찾았다. 기력이 쇠하고 정신이 좀 멍한 것 같다고 했다. 환자는 MMSE(간이정신상태검사·30점 만점) 점수가 24점(정상)으로 확인되었고, 결국 진료 과정에서 백내장과 치매 진단을 함께 받게 되었다. 병력상 수년 전부터 백내장이 심해져 TV도 보지 못하고, 요리도 못 하고, 시골 동네 나들이도 나가지 못하는 등 일상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점점 더 사회로부터 고립되었고 몸 상태는 악화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환자의 경우가 독특하거나 희귀하지는 않다.

치매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심각한 고통과 어려움을 초래한다. 의학지 ‘알츠하이머병저널’에 발표된 최근 연구는 치매와 시력 장애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줌으로써 치매라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이 연구는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백내장 같은 시각 장애가 생긴 사람에게 치매 발병 위험이 더 크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양측 시각 장애가 있는 환자는 시각 장애가 없는 환자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4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치매와 시각 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한 가지 이론은 시각 장애가 지각, 기억 및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신경 회로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학술지 ‘노화신경과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노인성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은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러한 뇌의 활동 감소는 인지 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었고, 이는 시각 장애가 인지 기능 저하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이론은 시각 장애가 낙상 위험을 증가시켜 신체적 상해와 더 나아가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학저널’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시각 장애가 있는 노인은 낙상 위험이 더 컸고, 이러한 낙상은 인지 기능 저하와 다시 연관성이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치료는 필수

이러한 사실은 지금까지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지목했던 기존 연구에 의문을 제기한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것이 알츠하이머 질환의 발병 요인일 수 있지만, 시각 장애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 이론은 최근 타당성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인데, 이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수많은 관련 약제의 임상시험이 유의미한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매와 시각 장애 사이의 연관성은 주의를 기울일 만한 부분이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 시각 장애가 확인되면 즉각적인 치료를 하는 것,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앞서 소개한 연구들은 정기적인 눈 검사와 시각 장애 진단 시 신속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밖에도 운동, 사회적인 활동, 정신적인 자극과 같은 인지 건강 증진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 늦지 않게 눈과 마음을 함께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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