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안갯속…‘이준석 변수’에 요동치는 與 전대 판세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4 10: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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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3·8 전대, 마지막 남은 3가지 변수
①이준석의 빅스피커 ②김기현 부동산 의혹 ③윤심의 재등장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 판세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 모두 대체적으로 친윤(親윤석열)계가 앞서는 추세지만, 판도가 흔들릴 만한 여러 변수가 상존하고 있어 끝까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새 지도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하게 되는 만큼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하다. 또 선거 구도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친윤계’ 대 ‘비윤계’의 대결로 짜인 만큼 결과에 따라 작지 않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전대를 1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판세를 위협할 5가지 변수를 살펴봤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황교안·천하람·김기현·안철수 후보(왼쪽부터)가 2월20일 MBN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천하람-안철수 ‘실버 크로스’ 조사도 나와

당내 대표적 비윤계인 이준석 전 대표의 등장은 이번 전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자신의 징계와 당대표직을 둘러싼 가처분 사태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던 이 전 대표는 전대에 출마한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천아용인’ 후보들을 지원하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네 후보의 정치적 중량감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졌지만, 당원투표 100% 룰에서도 컷오프를 전원 통과하며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위원 컷오프에선 친윤계로 분류되던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천아용인 후보들의 선전이 더욱 이변으로 평가됐다.

특히 천하람 후보의 상승세는 ‘돌풍’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일반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선두로 기록되는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에서도 10% 이상의 안정적 지지율을 얻으며 순항하고 있다. 천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친윤계 김기현 후보와 함께 양강으로 꼽히기까지 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다소 침체된 흐름이다. 천 후보가 비윤 성향의 표심을 일부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천 후보와 안 후보 간에 ‘실버 크로스’가 이뤄진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피플네트웍스 리서치(PNR)가 폴리뉴스 의뢰로 2월21~22일 자신이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응답한 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응답률 2.6%, 100% 자동응답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5%)에서 천 후보가 22.8%로 안 후보(17.9%)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월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러한 상승세에는 이 전 대표의 ‘빅스피커’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는 손에 꼽히게 언론 노출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전 대표는 천 후보를 비롯한 네 후보의 지역 방문 등에 동행하며 지상전을 돕는 한편 각종 TV·라디오·신문 인터뷰에 응하고 SNS에는 하루 10개 가까운 게시물을 남기면서 공중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슈 메이킹에 능한 이 전 대표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이슈를 새롭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보폭이 넓어질수록 천 후보 등을 향해 ‘이준석 아바타’라는 프레임이 더욱 강하게 덧씌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당대표 선거만 놓고 봤을 때 여전히 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또 다른 결정적 변수는 결선투표다. 본선에서 과반 득표가 없으면 1, 2위 주자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돼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평균 40% 초중반대 지지율을 얻고 있는데 이대로 선두를 유지한다 해도 2위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 입장에선 ‘이준석 변수’로부터 비롯된 천 후보의 상승세가 달가울 리 없다. 상대가 안 후보가 됐든 천 후보가 됐든 표심이 새롭게 분리되고 합쳐지는 결선투표에서는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는 탓이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대표가 2월13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한 당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의혹 악재 겹친 김기현…野까지 가세

일각에선 김 후보가 당대표 후보 중 상대적으로 친윤계에 가까운 황교안 후보와 연대할 경우 10%포인트 안팎의 표심을 가져와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황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제기한 김 후보의 KTX 울산역 인근 부동산 관련 의혹이 선거의 또 다른 강력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양측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연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황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김 후보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다”며 “황 후보 또한 완주할 생각을 갖고 있다. 연대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 입장에선 악재가 겹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전대 이슈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의 내용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김 후보가 1998년 울산시 고문변호사 시절 지인으로부터 매입한 땅 근처에 KTX 울산역이 들어섰는데 사전에 정보를 알고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다른 의혹은 해당 부지 바로 옆에 역으로 향하는 연결도로가 개설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울산시장을 지냈고 현재도 울산 지역 국회의원인 김 후보가 권력을 이용해 노선 변경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안·천·황 세 후보의 집중 공세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까지 가세해 ‘진상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상황에서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2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모두 거짓말”이라고 일축하며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거나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득이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투표율이 관건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이번 전대의 선거인단은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됐던 2021년 6·11 전대 선거인단(약 33만 명)보다 50만 명 늘어난 84만 명에 이른다. 투표자의 연령·지역·성별 등 변화 폭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표율이 높을수록 이변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尹心, 막판에 다시 등장할까

특히 여기서 ‘이준석 변수’가 또다시 중첩된다. 2배 이상의 당원 증가가 이뤄진 때가 바로 이준석 대표 체제 때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 당원 전부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일부라 할지라도 이준석을 지지하고, 기존의 전통적 당원 성향과는 다른 상당수 새로운 당원들이 이번 투표에 적극 참여한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현장 투표가 아닌 모바일과 ARS로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김기현 후보에 대한 부동산 의혹 공세와 사상 검증 등 후보 간 네거티브가 격화되면서 투표율이 저조할 거란 관측도 있다.

‘윤심(尹心)’이 마지막 변수가 될 거란 시각도 있다. 앞서 유력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를 향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단 공세가 윤심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대통령실이 전대와는 거리를 두는 듯한 분위기지만, 친윤계 당대표 선출이 절실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대통령실 참모 혹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통해 한 번 더 전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용산발로 다시 한번 전대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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