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尹 대통령의 ‘빅 스피커’라기보단 ‘빅 브레인’”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11: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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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인사의 ‘보이지 않는 손’…대통령에 직보하는 ‘찐윤핵관’ 평가
“한동훈과 달라” 야당도 우호적…정치적 행보 주목받으며 총선 출마설 파다

“흔히 여의도 정치인들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얘기하는데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나 지금까지도 진짜 윤핵관은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예전 서초동에서 동고동락했던 검찰 출신 측근들이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그들을 윤 대통령은 무한 신뢰하고, 가장 아낀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도 일했고, 대통령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새삼스러운 얘긴 아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측근 다수가 대통령실과 행정부, 사법부에 포진해 있고, 이들의 존재감은 여타 다른 참모들을 능가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그중 한 명이다.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의 막내라 불린 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전격 임명됐다. 차관급인 이 원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이원석 검찰총장 등에 비해선 비교적 조명을 덜 받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검사 출신 중에서도 ‘찐(진짜)윤핵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원장이 금융권을 향한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앞장서 대변하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윤 대통령과 자주 직접 소통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 대거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원장의 출마설 또한 그가 아무리 선을 그어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금융권 안팎이나 정치권에선 그의 ‘입’과 톡톡 튀는 행보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월1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학과 나와 회계사 자격증까지

1972년생인 이복현 원장은 나이는 한동훈 장관(1973년생·사법연수원 27기)이나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1975년생·31기)보다 많지만, 기수는 32기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사시 합격에 앞서 군 복무 중이던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경제학도 출신에 회계사 자격증까지 가진 그는 금융·조세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가진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경제통으로 꼽혔다.

윤 대통령과는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 차출돼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투입되면서 연을 맺었다. 이후 이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도 윤 대통령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면서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일원으로 인식됐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대선을 치르는 동안에도 검찰에 계속 남아있었으나,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공개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금감원장에 깜짝 발탁됐다.

당초 검사 출신의 금감원장 임명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컸다. 아무리 경제범죄 전문가라 해도 각종 금융 현안이나 정책, 금감원의 주요 역할인 금융기관들에 대한 사전 감독과 관리 등에 대해선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나치게 사정기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같은 시각은 금감원 내부에서도 적지 않았다. 50대 초반의 최연소 금감원장이라는 점도 내부적으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이 원장 나잇대는 금감원에선 팀장급에 속한다. 부원장·부원장보·국장·부국장들보다 젊은 원장이 오는 것에 대해 금감원 내부는 긴장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원장은 불과 취임 2~3주 만에 전 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각종 금융 현안과 정책, 자본시장에 대해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보이면서 여러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적극 발굴하고 세대교체에 나서는 등 금감원 내부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만한 방향성으로 젊은 직원들로부터는 호응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감원 직원은 “이 원장이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우려가 컸는데 오히려 일하는 방식은 전혀 검사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다”며 “의사결정 과정도 유연하고 일반 직원들과도 자주 소통하려고 노력해 젊은 CEO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검사스럽지 않고 젊은 CEO 같아”

이복현 원장에 대한 금감원 안팎의 핵심적인 긍정평가 중 하나는 “금감원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 원장 체제 금감원은 각종 금융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목소리를 내는 건 금감원이라기보다는 이복현 자신이다. 이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들에 비해 상당히 자주, 또 폭넓게 메시지를 내고 있다. 각종 금융 현안과 관련해 언론들도 이 원장의 ‘입’을 주목한다. 특히 이 원장이 대통령의 ‘빅 스피커(big speaker)’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윤 대통령이 성과급 잔치 논란 등에 휩싸인 은행권을 “돈잔치”라며 비난했는데, 이에 발맞춰 이 원장이 은행들을 향해 “생색내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수위 높은 표현으로 비판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금감원 내부의 한 시각이 흥미롭다. 또 다른 익명의 금감원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우리 내부에서는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의 빅 스피커라기보다 ‘빅 브레인(big brain)’에 가깝다는 시각이 있다. 이 원장이 무언가를 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으로부터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이 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이 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금융 기조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2월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은행의 이자 장사 논란 등에 대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발언으로 금융권을 바짝 긴장시켰다. 그런데 이 원장은 그보다 앞서 일찍부터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해 왔다. 그는 1월16일 은행권의 대출금리 전망과 관련해 “은행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면서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 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정적인 장면은 또 있다. 이 원장은 2월15일 윤 대통령 주재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전날 밤 윤 대통령 지시를 받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 원장이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임원들에게 지시한 것에 대해 언급하며 “금감원장의 생각을 얘기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 장관들 앞에서 은행권 경쟁 체제 도입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차관급인 금감원장에게 참석을 지시하고, 발언을 시키는 등 일련의 과정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이 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것 같다”는 금감원 내부 시각처럼 실제 두 사람이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원장을 비롯해 가까운 참모들과는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자주 소통하고 생산적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2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 민생침해 금융범죄 등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시사저널 박은숙

李 말하면 尹 받고…“직접 소통하는 듯”

이 원장의 파워를 감지할 수 있는 사례도 있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포기 및 금융위원장 출신 임종룡 내정자가 선임되는 과정에서 이 원장의 입김이 확인됐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건으로 문책경고를 받은 손 회장을 향해 이 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한 후부터 사실상 여권의 압박이 시작됐고, 결국 손 회장은 연임 도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날로 존재감이 돋보이는 이 원장에 대해선 야당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원장에 대한 야당의 평가가 생각보다 썩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자세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 보좌진에게도 깍듯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 원장의 태도는 야당과는 원수를 진 듯 항상 공격적 태도를 취하는 한동훈 장관과 대비돼 더욱 호의적으로 느껴진다”면서 “정치적으로도 여러 욕심이 있는 듯한데, 야당 내에서도 이 원장의 정치적 잠재력을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원장은 2월21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선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검찰이) 기소했을 텐데 증거가 없는 것” “(당시) 수사가 너무 정치적이어서 제가 (검찰에) 사표를 내고 나온 것”이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입뿐만 아니라 각종 행보 역시 톡톡 튄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금감원장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여러 금융권 관계자와 공개적인 간담회 등을 마련해 만나고 있다. 그러한 자리에 면바지에 운동화 차림 등으로 나타나는 등 이미지 메이킹에도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전통시장 방문, 연탄 봉사 등 민생 행보를 여러 차례 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에선 이 원장이 역대 금감원장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얘기가 항상 나온다. 사실상 금감원장이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는 시각이 많다”고 평했다.

이 원장의 튀는 행보와 관련해 올해 초 또 다른 한 장면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 원장은 1월2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2023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는 원래 금감원장들이 잘 참석하지 않는 자리다. 문재인 정부 때 금감원장들은 한 번도 증시 개장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로 역대 금융위원장들은 이 자리에 반드시 참석해 왔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불참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김 위원장이 이 원장과 함께하는 자리가 불편해 일부러 피한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금융위원장과의 갈등·업무 월권 논란도

실제 금융권과 정치권에는 이 원장과 김 위원장 사이가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편제상 금감원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 산하 기관이다. 그러나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은 몇몇 금융 현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또 최근 ‘은행권 경쟁 체제 전환’ 등 이 원장의 발언 및 행보가 금융위 업무를 ‘월권’하고 있다는 논란도 있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를 지낸 한 인사 역시 시사저널에 “이 원장이 금감원의 역할을 넘어 정책 방향까지 제시하는 등 선을 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금융위원장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동훈 장관 후임 법무부 장관 임명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금융권과 정치권에선 그가 다음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7월 사퇴설’ 등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들린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7월에 이 원장을 대신해 새로 금감원장 자리에 ○○○이 올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이 총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그가 어려서부터 자랐고, 현재도 거주 중인 서초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측근들의 총선 출마를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감원장으로서 존재감을 뽐낸 이 원장 역시 출마를 고민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이 원장이 서초에서 출마할 거란 얘기가 당내에서도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혹은 이 원장이 고등학교(경문고)를 다닌 동작구나 여의도와 가까운 양천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감원 안팎에선 이 원장이 가까운 지인들과 사석에서 총선 출마에 대한 욕심을 피력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이 원장은 2월21일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총선 출마설에 대해 “현재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다만 취임 1년도 채 안 된 이 원장의 행보가 벌써부터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여러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금감원의 정기검사나 여러 행보가 자칫 이 원장의 총선 출마와 연관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내에서도 “본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금감원을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판이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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