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정읍시…앞에선 혁명정신 선언, 뒤에선 비위 정치인 채용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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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 맞는 정읍시 비리 정치인 ‘능력 옹호론’ 도마 위
정책협력관직 신설…갑질·뇌물수수 전력 전 도의원 앉혀
측근에게만 기회 준 5급 별정직 채용…“불공정 인식 못해”

전북 정읍시가 불의한 권력 횡포에 항거한 동학혁명정신을 시정 운영의 기조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갑질과 비리로 처벌받은 정치인을 5급 별정직으로 뽑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조례까지 개정해서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한 뒤, 능력을 중시한다는 명분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 도의원을 앉히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전북 정읍시가 부당한 권력 횡포에 항거한 동학 혁명정신을 시정 운영의 기조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갑질과 비리 전력이 있는 정치인을 5급 별정직으로 뽑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한 뒤 그 자리에 물의를 일으킨 전직 전북도의원을 앉히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전북 정읍시가 부당한 권력 횡포에 항거한 동학 혁명정신을 시정 운영의 기조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갑질과 비리 전력이 있는 정치인을 5급 별정직으로 뽑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한 뒤 그 자리에 물의를 일으킨 전직 전북도의원을 앉히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민선 8기 시정운영 기조…‘혁명도시론’ 

정읍은 129년 전, 동학농민운동이 발화된 혁명의 도시다. 정읍 고부면에서 일어난 1차 봉기는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에 대항한 반봉건적 성격이 강했다. 정읍의 역대 시장들은 앞다퉈 동학혁명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이학수 현 시장도 지난 7월 취임 후 ‘동학농민혁명, 혁명도시 정읍’을 강조하며 ‘혁명정신’은 민선 8기 시정 운영의 기조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 2월 19일자 ⟪전북일보⟫에 게재한 ‘혁명도시 정읍’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말하지 않고 정읍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부에서 촉발돼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이야말로 정읍의 힘이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세상, 부정과 부패 없이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을 외쳤던 동학농민혁명은 곧 정치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한 뜨거운 몸부림 아니겠는 가”라고 자문했다. 

그의 자답이다.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바로 이것이다.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백성의 나라를 만들어 백성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였기에 의미 있고,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고 썼다. 

그럼에도 정읍시는 갑질도 모자라 뇌물수수 비리를 저지른 지역정치인을 5급 정책협력관에 임명해 시정 운영 기조에 스스로 역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읍시에 따르면 전 도의원 A씨는 2월 1자로 5급 정책협력관에 임명돼 총무과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책협력관직은 민선 이후 처음이다. 

민선 8기 역점 시책에 대해 선제적이고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국비 확보 등을 위해 전북도나 중앙부처와의 가교 역할을 맡기기 위해 신설했다는 것이 정읍시의 설명이다. 이학수 현 정읍시장과 A씨는 10대 도의원 시절 같은 상임위에서 위원장과 위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이 지난해 12월 5일 열린 혁명도시 연대회의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정읍시
이학수 정읍시장이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읍시

물건너간 혁명정신?…시정 기조에 역행한 행정형태 논란

이 시장과 가까운 문제적 인사가 정읍시청에 입성하자 지역정가가 비판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 정읍위원회는 정읍시청 앞 가로변에 ‘갑질·뇌물수수 전력인사가 5급 정책협력관? 선 넘은 측근 챙기기! 정읍시장은 시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정을 촉구했다.  

정읍시는 민선 8기 역점시책 추진을 위해 ‘대외협력 기능 강화 목적’으로 A씨의 ‘능력’을 높이 사 발탁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A협력관 채용과정에서 절차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원조회를 의뢰했고, 결격사유가 없다는 통보를 받는 등 하자가 없었다”며 “시장님께서 과거보다는 능력을 보고 기회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5급 별정직은 직업공무원에 비해 권한이나 임기, 임금 측면에서 대우가 열악하다”며 “대단한 자리도 아닌데 굳이 문제 삼는다”는 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불공정’이라고 인식을 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일각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 시청 고위층과 인맥이 없는 울타리 밖 외부자가 공직사회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정읍시장의 말대로라면 지인에게, 더욱이 비위 전력자에게 특별히 공직 참여 기회를 준 것은 정의와 공정에 부합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일선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혁명정신의 관점에서 볼 때 ‘측근 캐슬’ 중심의 시정 운영 방식 또한 허물어야 할 대상이지만 이를 못 본 체하는 셈이다. 또 A씨의 임용은 최근 학교폭력 등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 등 능력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정의당 정읍위원회는 정읍시청 앞 가로변에 ‘갑질·뇌물수수 전력인사가 5급 정책협력관? 선 넘은 측근 챙기기! 정읍시장은 시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5급 정책협력관 인사 시정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의당 정읍위원회는 정읍시청 앞 가로변에 ‘갑질·뇌물수수 전력인사가 5급 정책협력관? 선 넘은 측근 챙기기! 정읍시장은 시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5급 정책협력관 인사 시정을 촉구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A씨는 누구…‘슈퍼깁질·비리’ 논란의 주인공

문제는 A씨를 둘러싼 비위 정도가 공직을 맡기에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A씨는 우선 전북도의회 여직원에 대한 갑질 행위로 큰 물의를 빚었다. 전북도의회, 법조계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014년 7월, 10대 의회가 구성된 이후 상임위 소속의 의회사무처 여직원 B씨를 괴롭혀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슈퍼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A씨는 상임위 유럽 해외연수 도중 새벽에 컵라면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는가 하면 귀국 비행기 안에서는 다른 의원과 좌석을 바꿔달라고 하는 등 B씨에게 비상식적인 언행을 거듭해왔다. 이는 도의회 조사와 본인의 시인으로 확인됐다. 여직원 B씨는 정 의원의 행태를 견디지 못해 정신과 3주 진단을 받고 2주간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로 인해 A씨는 2015년 9월 도의회로부터 30일 출석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전북도의회 사상 첫 번째 의원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 뿐만 아니다. A씨는 2018년 1월 전주지법에서 재량사업비 관련 비리(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8월과 지난해 6월 재량사업비 예산을 편성해주고 온열기 설치업자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A씨와 기소된 도의원들은 최후변론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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