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사고에 국민 공분…‘도현이法’ 만들어질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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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국민청원에 ‘제조물 책임법’ 개정 제안
하종선 변호사 “법안 통해 사실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전환시켜야”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당시 차량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당시 차량 모습 ⓒ강릉소방서 제공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호소에 국민들이 움직였다. 유가족의 국회 청원에 5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한 것이다. 국회로 넘어간 유가족의 호소가 ‘도현이법’ 제정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해당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현(12)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지난해 12월 사고 이후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손자를 죽이려고 운전한 할머니가 어디 있겠느냐”며 “사고 영상을 수십 번 보면서 도현이가 왜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도현이와 왜 이렇게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하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운전자가) 급발진 사고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찾아다녔다”며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되는지, 경찰은 뭐 하는 건지, 왜 비전문가인 유족이 입증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로부터 차량에는 결함이 없는 쪽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급발진 의심 사고신고 후, 제조사로부터도 어떤 연락이나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는 5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했다. 그는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을 올리면서 하종선 변호사와 함께 고안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도 게재했다. 해당 법안은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한 사실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전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2월28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및 관련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도현이법’이라고 칭했다. 그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운전자 보조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다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차가 운전자보다 상위에서 차량을 제어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자동차의 머리에 해당하는 ECU(전자제어장치) 부분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건 한 번 발생하면 다음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급발진 사고를 인증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법안을 통해 사실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전환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전당대회를 비롯한 정치 현안으로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국회에서 법 통과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씨의 가슴아픈 사연은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사고 영상에 따르면, 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이 강원 홍제동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다 공중으로 치솟은 뒤 배수로로 추락했다. 결국 이 사고로 도현군은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큰 부상을 입은 할머니도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런 비극은 도현이 가족만 겪은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급발진 현상을 신고한 건수는 196건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해당 건수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이씨와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연구회·교통사고 전문변호사 등에 도움을 요청해 오는 비공식 사례를 보면 더 많을 것”이라며 “연간 400건, 하루 1건 이상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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