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면탈’ 변호사·한의사도 가담…상황별 시나리오까지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3.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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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운동선수·전문직 자녀들 대거 적발
합동수사팀, 137명 기소·16억원 추징보전
검찰과 병무청이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약 3개월 만에 병역면탈사범 137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 연합뉴스
검찰과 병무청이 지난해 12월 합동수사팀을 꾸린 지 약 3개월 만에 병역면탈사범 137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 연합뉴스

허위 뇌전증(간질) 병역면탈을 수사해 온 검찰이 병역면탈사범 137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기고 범죄수익 16억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 이들은 병무청을 속일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는가 하면 대형 로펌 변호사와 한의사 등도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박은혜 부장검사)와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병역브로커(2명), 병역면탈자(109명), 공무원(5명) 및 공범(21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합동수사팀이 찾아낸 병역 면탈자는 108명으로 집계됐다.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12월5일부터 3개월 동안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전개해왔다. 

적발된 병역면탈자에는 배구선수 조재성과 래퍼 라비·나플라, 영화배우 송덕호를 포함해 의사와 의대생, 변호사와 한의사 자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은 병역면탈을 알선하는 등 혐의로 구속된 행정사 구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등 브로커2명,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한 병역면탈자 2명 등 4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병역 면탈을 의뢰한 사람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을 해주고, 수수료로 16억원 넘게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합동수사팀은 한의사와 전 대형 로펌 변호사 등 20명도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브로커 2명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주거나, 발작 같은 질병을 목격했다고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온라인에 병역 상담 카페를 개설해 병역 면탈 희망자들과 접촉하고, 환자와 보호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병역 판정 전후를 꼼꼼히 관리했다.

또 병역의무자 각각의 상황과 유형에 맞춰 병무청을 속일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인 사실도 드러났다.

합동수사팀은 브로커 2명이 받은 범죄수익 16억원을 환수하도록 추징 보전 신청을 마쳤다. 

검찰과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역 판정 사각지대를 더 꼼꼼히 점검하고,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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