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창사 75년 만의 첫 상속 분쟁’ 관전 포인트 셋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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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發 유산 재분배 요구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씨 등 세 모녀는 최근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씨 등 세 모녀는 최근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LG그룹에서 창사 75년 만에 첫 상속 분쟁이 불거졌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최근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LG가(家) 상속 분쟁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①제척기간 지나 소송 제기한 까닭은?

이번 분쟁은 지난해 7월 구 회장이 세 모녀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내용증명을 통해 김 여사 측은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로 유산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 모녀 측은 올해 초 2회에 걸쳐 다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28일 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상속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재산 상속 과정에서 상속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 이가 제기하는 소송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세 모녀의 소송 제기가 상속 관련 제척기간(권리의 존속기간)인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엄격하게 지켜진 LG의 장자승계 원칙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회장 역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지만 LG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2004년 구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세 모녀가 구 선대회장 별세 직후 상속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구 선대회장 사후에도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안의 전통을 거스르는 분쟁을 벌이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②향후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세 모녀는 상속 절차상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핵심은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다. 세 모녀는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별도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 법정 상속 비율로 다시 상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산 상속 과정에서 상속자 간 합의가 있을 경우 이를 유언장이나 법정 상속분보다 우선시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착오·강박·사기 등 계약 무효나 취소 사유가 있었다면 합의 무효·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세 모녀는 향후 재판에서 상속합의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언장의 부재를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구 회장과 세 모녀가 5개월여 간 15차례에 걸쳐 논의해 작성한 상속합의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③‘인화의 LG’ 강경 대응 예고한 까닭은?

이번 분쟁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인화(人和)’를 중시해온 LG가의 가풍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 달리 LG그룹은 “그룹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LG그룹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배경은 경영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이 보유하던 (주)LG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받았다. 구 대표와 연수씨는 각각 2.01%와 0.51%를 각각 물려받았고, 김 여사는 1주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구 회장은 현재 (주)LG 지분 15.9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그러나 세 모녀의 요구대로 유산을 재분배할 경우 구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9.71%로 줄어든다. 반면, 김 여사(7.96%)와 구 대표(3.42%), 연수씨(2.72%) 등 세 모녀의 합산 지분율은 14.1%로 구 회장을 압도하게 된다.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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