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 애물단지’ 광주 지산IC 진출로, ‘개통 불가’ 수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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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땐 IC 진출 실패율 최대 8배, 교통사고 위험도 최대 14배 쑥
사후 활용 논란·예산낭비 책임론·구상권 청구 등 각종 후유증 예상
김나윤 광주시의원 “시장이 지침 제시한 ‘답정너’ 용역 결과” 비판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가 터널과 진출로 간 이격거리가 짧아 일반적 진출로보다 실패율이 최대 8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기정 시장이 공언했던 지산IC 폐쇄 조치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7억원을 들여 만든 IC 진출로 개통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사후활용 논란과 함께 예산낭비 책임론, 관련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또 지역사회에선 지산IC 개통 목표이기도 했던, 2순환도로의 극심한 차량 정체 해소를 위해 새로운 IC 개통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광주시의 교통사고 예측 및 위험도 평가 용역 결과 지산 나들목(IC) 진출로가 일반적인 방식보다 구간 진출 실패율, 사고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동구 지산동 제2순환도로 지산(IC) 나들목 전경 ⓒ광주시
광주시의 교통사고 예측 및 위험도 평가 용역 결과 지산 나들목(IC) 진출로가 일반적인 방식보다 구간 진출 실패율, 사고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동구 지산동 제2순환도로 지산(IC) 진출로 ⓒ광주시

광주시는 13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지산IC 진출로 교통사고 예측 및 위험도 평가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일반도로에 비해 교통사고 위험도가 최대 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은 현장 실사·교통량 조사를 거쳐 3D 가상현실(VR)을 구축해 운전자의 주행행태 분석, 교통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터널 없이 시야가 확보된 일반적 진출로와 대비해 우측 진출 방식, 좌측 진출 방식, 노면 유도선 등 보완 1안, 시선 유도봉까지 설치한 보완 2안 등 4가지 대안의 사고 위험, 차량흐름 분석 등을 통해 안전성을 평가했다.

운전자 가상현실 주행 실험에서 지산IC 진출 실패율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 진출로 대비 4개 대안 실패율이 2.4∼8배 증가했다. 실패율은 일반적 진출로에서 5%였지만 우측 진출 35%, 좌측 진출 40%, 보완 1안 12%, 보완 2안 16%로 올라갔다. 

인근 터널과 진출로 간 거리가 짧아 좌·우측 진출 방식과 관계없이 진출 실패율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IC 진출로를 설치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소인 것으로 입증됐다. 진출 실패가 사고와 100% 직결되지는 않지만 급정차, 급차로 변경 등 돌발상황으로 인해 2차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주행속도 분석에서는도 좌·우 진출 방식 모두에서 급감속이 나타나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좌측의 경우 지산터널과 산수터널 직후 급감속이 나타났고, 특히 지산터널에서 두암교차로 방면이 시야 확보 부족으로 더 급격한 감속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사고 예측 분석 비교 결과는 4개 대안에서 일반적 진출로 대비 9.9∼14.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차량간 영향을 주는 상충 횟수도 진출로가 없을 때보다 2.7∼7배 늘어났다.

광주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IC 진출로 개통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 시장이 줄곧 개통 불가 입장을 밝혀온 데다 용역 결과에서 드러난 위험성도 심각한 수준인 만큼 개통 불가를 조만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쇄가 결정되면 거액을 들여 준공하고도 개통조차 못 하게 된 시설의 사후 처리 방안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문책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애초 오른쪽 진출 방식으로 설계됐다가 왼쪽 진출 방식으로 변경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 등도 흘러나옴에 따라 철저한 감사 등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또 오른쪽 진출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시설물을 보완하더라도 위험성이 크다는 용역 결과가 나온 만큼 활용 폭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광주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반면 광주시의회 등 일각에선 강 시장이 폐쇄를 공언한 뒤 용역이 이뤄져 “공정성이 훼손 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안전성 논란이 일자 지산IC에 대한 용역을 지시했다.

김나윤 광주시의원은 이날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지산IC 관련 용역의 중간보고회 전인 지난 2월 6일 강기정 시장은 ‘용역 할 이유가 없는 정도의 명확한 사안이다. 폐쇄가 정확하다’는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시 행정 최고 결정권자의 의중을 공식적으로 먼저 발표한다면 공정한 용역과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답정너 용역은 용역의 가치와 필요성, 행정의 신뢰마저 퇴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예산의 낭비와 시정의 들러리가 될 뿐이다”며 “오해 없는 정책 시행을 위해 광주시 행정이 보편타당한 방법과 상식적 절차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 IC는 양방향 총 길이 0.67㎞, 폭 6.5m로 개설돼 2021년 11월 개통할 예정이었으며, 설계와 보상은 광주시(6억원), 공사는 제2순환도로 1구간 민자 법인인 광주순환도로투자(71억원)가 맡았다. 그러나 왼쪽 방향으로 설계된 진출 방식 등 기형적 도로구조 탓에 개통 시 혼잡과 역주행이나 급정거, 접촉사고 등 안전사고가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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