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예신(隸臣)만 거느린 이재명, 한계에 왔다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3.03.17 17:05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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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입장에서 최고지도자 혹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을 살피는 잣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 사람에게 스승 같은 신하[師臣]가 있는가? 저 사람에게 벗과 같은 신하[友臣]가 있는가? 아니면 머슴 같은 신하[隸臣]뿐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만 보더라도 박종홍이라는 스승 같은 신하가 있었고 구상이라는 벗과 같은 신하가 있었다.

스승 같은 신하가 있어야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벗과 같은 신하가 있어야 널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신(師臣)은 군왕의 눈이 돼주고 우신(友臣)은 군왕의 귀가 돼준다.

필자가 옮긴 유향 《설원》에는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나온다.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망명 중일 때 도숙호(陶叔狐)가 시종했는데 문공이 돌아와 신하들에게 상을 내리면서 도숙호에게는 내리지 않으니 도숙호가 구범(咎犯)을 만나서 말했다.

“내가 임금을 따라 망명 생활을 한 지 13년인데 얼굴빛은 시커멓게 되고 손발에는 굳은살이 박였소. (그런데) 지금 귀국해 신하들에게 세 차례 상을 내리면서 나에게는 내리지 않으니 혹시 임금께서 나를 잊어버리신 걸까요? (아니면) 나에게 큰 문제가 있는 걸까요?”

구범이 문공에게 이를 말하자 문공이 말했다.

“아! 내가 어찌 이 사람을 잊겠는가! 무릇 고명하고 지극히 뛰어나며 덕행이 온전하고 성실해 도리로써 나를 즐겁게 해주고 어짊으로써 나를 기쁘게 해주며 나의 행동을 깨끗이 씻어내 나의 이름을 훤히 드러내어 나를 온전한 사람[成人]으로 만들어준 사람에게 나는 최고상을 내렸다.”

이런 사람이 바로 사신(師臣)이다. 문공 말이 이어진다.

“예로써 나를 막아주고 마땅함으로써 나에게 간언하며 나를 지켜주고 도와서 내가 잘못을 행하지 않게 하고 자주 나를 이끌어 뛰어난 이의 문에 가서 가르침을 청하게 한 사람에게 나는 그다음 상을 내렸다. 무릇 용감하고 장엄하며 강하고 굳세어 어려움이 앞에 닥치면 앞에 있고 어려움이 뒤에 닥치면 뒤에 남아 나를 환난 속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람에게 나는 또 그다음 상을 주었다.”

이런 사람이 우신(友臣)이다. 다시 문공의 말이다.

“남을 위해 죽는 사람은 남의 몸을 보존해 주는 사람만 못하고 남을 도망치게 해주는 사람은 남의 나라를 보존시켜준 사람만 못하다. 세 차례 상을 내린 뒤에는 (나를 위해) 수고하고 고생한 사람들이 그다음이 되니 저 수고하고 고생한 사람들 중에는 이 사람이 첫째이니 내가 어찌 감히 이 사람을 잊겠는가?” 수고하고 고생한 사람들이란 예신(隸臣)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오후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9일 숨진 전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오후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9일 숨진 전모 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방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지사라는 성공 스토리를 써서 여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르고 현재 거대 야당 대표로 있는 이재명이라는 인물에게서는 의(義)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이(利)와 관련된 이야기뿐이다. 의(義)를 버리고 이(利)를 향해 돌진했던 과거로 인해 예신들의 불행한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민주당이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올 사람이 아님이 중앙정치 활동을 통해 입증됐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공자 말이다.

“비루한 사람과 함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가? (지위를)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어보려고 근심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까 근심한다. 정말로 잃을 것을 걱정할 경우엔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못 하는 짓이 없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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