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까지 사진콘테스트…주지 덕문스님 “자연은 늘 감동 줘”
20일 오후 전남 구례 화엄사.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홍매화 한 그루가 서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화엄사를 찾은 불자와 사진작가, 관광객들은 홍매(紅梅)에 마음을 빼앗긴다.
올해는 높은 기온 탓으로 지난해보다 1주 정도 일찍 만개해 이제 막 절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홍매의 자태는 시리도록 파란 하늘빛과 어우러져 처연했다. 전국에서 몰려 든 상춘객들은 홍매에 취해 매화나무 밑에서 풍경을 담느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화엄사 홍매화는 강원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전남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전남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와 함께 전국 4대 매화로 꼽힌다. 이 매화는 꽃이 붉다 못해 검붉다고 해 흑매화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300세를 훌쩍 넘은 고매(古梅)다.
조선 숙종 때 계파선사가 각황전을 짓고 기념으로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긴 세월 비바람을 견뎌내며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 온 홍매. 사방으로 뻗어 나간 가지마다 민초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수백년 새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산사는 이날이 평일인데도 주말의 복잡함을 피해 붉디붉어 흑매화라고도 불리는 홍매화를 보러 온 인파로 북적였다. 봄에 틔운 매화의 선홍빛 색감은 물감으로는 도무지 표현되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로운 모습으로 상춘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대전에서 온 50대 중년 부부는 “가족여행 기념으로 왔는데 화창한 날씨에 시리도록 붉게 핀 홍매화를 보니까 힐링도 되고 기분이 참 좋다”고 했다. 이숙행(경남 김해시)씨는 “친구들과 나들이 왔는데 매화가 이쁘다고 해서 왔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이쁜 것 같아 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엄사 안에 홍매화가 있다면 화엄사 바로 밖에는 백매화 즉, 들매가 있다. 이 토종 매화나무는 수령이 470년가량 됐으며 천연기념물 485호로 지정돼 있다. 화엄사 안팎의 이 수백 년 된 매화나무 두 그루가 산사에 봄기운을 불어넣으면서 여행자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매화축제 개막식에서 “자연은 언제나 소리 없이 찾아와 감동을 준다. 300년 넘게 화엄사 도량을 감싸며 봄을 알리는 홍매화에게 올해는 더 큰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화엄사는 오는 26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를 위해 출품작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