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數 조정 ‘동상이몽’…與野 셈법 차이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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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수 확대, 논의 가치도 없어”…野 “여론 뒤집기 속셈”
정치권, 新黨 출현 가능성 주목…“與野, 적대적 공생 유리”

대한민국에는 몇 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할까. 이 해답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정수 증원’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세우자, 여당이 ‘논의 가치도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되레 여당 일각에선 ‘정수 감축’ 주장까지 제기된다. 국회의원 증원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의원 정족수 논란 이면에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여야의 ‘꼼수‘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국회의원 수 증감에 따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또 제 3당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국회의장집무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기념촬영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국회의장집무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기념촬영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新黨 범람하면 또 여소야대 재현…與 치명타”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에서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은 세 가지다.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은 의원정수를 총 350명(지역 253명+비례 97명)까지 증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비례의석을 50석 늘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수 증원’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혹평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0일 “국민들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우리 당은 애초부터 의원정수 늘리는 것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대표도 “(선거제 개편의) 근본 취지는 민주당이 비틀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는 데 있다”며 “의원 숫자 늘어나는 안은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고 가세했다.

국민의힘 당내 중진들은 오히려 ‘정수 감축’ 목소리도 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해야 한다”며 “미국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된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도 20일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핵심 이유로 ‘신당(新黨) 범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례의석이 증원될 경우 n번째 정당들이 대거 출현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은커녕 더 적은 비율의 의석수만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 지원사격은 요원해지는 셈이다.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도 “비례의석을 늘리면 환경당이나 여성당 등 다양한 색깔을 대변하는 당 의원들이 많아질 수 있다”며 “여당이 두려워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비례의석이 늘어나면 3, 4번째 정당들도 총선에서 30석 정도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350석 중 100석 내외도 못 가져온다면 의회정치는 또 야당이 장악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에겐 치명타”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거대양당 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여당의 최우선 목표라는 것이다. 박상병 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유불리 셈법에 따라 지역구를 줄이는 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여소야대 체제이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갇혀 있어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면에서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려는 여당의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단순 논의를 위한 안’에 불과한 내용을 두고 여론 뒤집기용 카드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활용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의 정수 확대 비판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뒤집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실리 추구…정수 확대 모두 찬성하진 않아”

다만 일각에선 거대양당 체제의 이점이 ‘민주당에게도 똑같이 적용 된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도 여당과 ‘적대적 공생’을 유지해야 차기 총선 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유리하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 정수 증원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차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 정수 확대가 우리 당에 유리한지 따진다면 쉽게 말하기 어렵다”며 “당내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우리도 당연히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대단히 신중해야 할 문제고 국민 또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당은 물론 야당도 본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실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야당에서 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결국엔 지금 여러 지적을 받고 있지 않나”라며 “선거제에 정확한 답은 없어서 결국 같은 논의가 무한루프로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여야가 선거제와 함께 불체포특권 등 ‘기득권 내려놓기’도 보여줘야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도 ‘정치인들이 또 밥그릇을 챙기려고 이러는구나’ 생각해서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선거제 개편을 하려면 선거가 임박한 상황이 아니라 선거 초반에 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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