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잠 몰아 자면 심장질환 발생 우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6 12:05
  • 호수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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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수면 시간 총량만이 아닌 일관된 수면 패턴 유지하는 게 중요

37세 직장인 남성이 반복되는 가슴 통증과 두근거림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검진센터에서 어지간한 검사를 다 받았다고 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주 3회 운동하며,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과 높음의 중간 정도였다. 그런데 심장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아주 적은 양이긴 하지만 석회화 플라크가 보였다. 문진 결과, 환자는 5년 전 취직 후 수면 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이고, 주말에 몰아서 자며, 그나마 지난해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수면이 더 엉망이라고 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심장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수면 규칙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심장협회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수면의 규칙성과 심장질환 위험도의 연관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45세 이상 성인 2032명의 일주일간 수면 패턴을 조사한 후 심장 CT를 통해 관상동맥에 석회화 플라크가 얼마나 생겼는지, 즉 죽상경화성 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확인했다. 수면 시간이 일주일 안에 2시간 이상 차이 나는 사람들은(가령 월요일 밤에 4시간 자고 토요일 밤에 8시간 자는 경우) 아주 위험한 수준으로 관상동맥 석회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0% 이상 높았다. 이는 단순히 절대적인 수면 시간의 총량만이 아니라 일관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심장병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잠들기 전 스마트폰·TV 시청 가장 나쁜 선택

이전에도 관련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1992명을 약 4.9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2시간 이상 차이가 나는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30분 미만 차이가 나는 사람보다 2배 이상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돼 실제 심장질환 위험도 자체가 높은 것이 확인됐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과 관상동맥 죽상동맥경화증 간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병태생리학적인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잠재적인 기전은 있다. 우선, 수면은 신체의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데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나 불충분한 수면이 정상적인 일주기 리듬을 방해하고 생리적 불균형을 초래해 심혈관질환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 또 다른 기전은 수면 패턴이 스트레스 정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스트레스 수준이 수면 패턴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건강 수준과 수면 패턴의 규칙성은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해 죽상동맥경화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관된 수면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취침 전 몇 시간 동안 카페인과 알코올을 피하고,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며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들기 전 비어있는 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TV를 시청하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이다. 잠들기 전에 무언가를 보고 싶다면 은은한 조명으로 책을 읽는 편이 낫다. 오전이나 낮에 햇빛을 쬐는 것은 일주기 리듬을 조정해 밤에 쉽게 잠들 수 있게 돕는다. 잠드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주말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늦게 일어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일관된 수면 일정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적 노력으로 해소되지 않는 수면 문제가 발생하면 진료받기를 주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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