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노무현 前대통령 기록물 유족 열람 제동…재단 반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0: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재단 “열람권 너무 제한…반대 의견서 제출할 것”
대통령기록관 Ⓒ연합뉴스
대통령기록관 Ⓒ연합뉴스

정부가 전직 대통령 유족의 대통령기록물 열람 범위를 축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측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 기록물 열람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 사망 시 유가족의 추천을 받아 대리인을 지정하는 절차와 이 대리인이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등을 별도로 규정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대리인이 방문 열람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범위를 ▲전직 대통령 및 가족 관련 개인정보 ▲전직 대통령 및 가족의 권리구제를 위한 정보 ▲전직 대통령 전기 출판 목적을 위한 정보로 한정했다.

대리인을 추천하는 경우 가족 간 협의에 따라 1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협의가 곤란할 때는 우선 추천 순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의 순으로 정했다.

또 종전에는 대리인 지정 요청을 받으면 대통령기록관장이 15일 이내로 결과를 통보토록 했는데 이를 90일 이내로 대폭 늘렸다. 이와 함께 대리인 등이 비공개기록물이나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 60일 이내에 전문위원회를 거쳐 가능 여부를 통보하게 했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이번 시행령 개정 이유에 대해 "대통령 가족은 대통령기록물 생산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과 동일한 기록물 열람권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전직 대통령 사망에 따른 유족의 대통령기록물 접근 권한에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장관 직무대행)도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통령 당사자가 아닌 유가족이 보는 범위는 제한돼야 한다"며 대통령기록물 열람 대상과 그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정상회담공동취재단
2007년 10월2일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정상회담공동취재단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노 전 대통령 유족 측과 노무현재단은 반발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후 보호기간 15년이 지나 첫 해제 대상에 오른 것이 바로 노 전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열람권에 너무나 제한이 많다"며 "대통령 유고 시 열람 대리인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건 우리(노 전 대통령 측)밖에 없는데 (현 정부가) 기록을 못 보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지난 1월16일 오상호 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기록물 열람 대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규정 시한(15일 이내)을 넘겨 대리인 지정을 보류했고, 이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며 제동을 걸었다.

노무현재단 측은 입법예고 기간 내 반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오는 4월17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 지정기록물 8만4000여 건은 지난달 25일 보호기간이 만료돼 보호 조치가 해제됐다. 보호가 해제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분류작업을 거치게 되며, '공개' 또는 '부분공개'로 결정된 기록물 목록은 비실명 처리 후 대통령기록관 누리집(홈페이지)에 하반기부터 게재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