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째 지지율 30%↓’ MZ는 왜 윤 대통령에 마음을 안 열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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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尹 2030 지지율 7월부터 줄곧 10~20%대
취임 100일 지나며 10%대로 고착화
소통 노력에도 MZ 무반응…하락 시점 공통 분모는 ‘공정의 훼손’
지난해 2월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선대위 필승 결의대회를 마치며 ‘공정한 나라’ 등의 문구를 든 청년 당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선대위 필승 결의대회를 마치며 ‘공정한 나라’ 등의 문구를 든 청년 당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MZ로 불리는 2030세대 민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은 좀체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40%대 후반의 지지를 보낸 MZ세대는 취임 직후부터 빠르게 이탈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20대와 30대에서 모두 지지율 10%대로 굳어지고 있어 대통령실에 그야말로 ‘비상등’이 켜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소통 노력에도 되레 MZ 민심이 멀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3주차까지 MZ세대(2030세대)의 지지율 추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MZ세대의 지지율이 급하강했던 시기마다 하나의 ‘공통분모’가 발견됐다. 모두 윤 대통령이 대선 전후로 줄곧 내세워 온 ‘공정’ 가치가 크게 훼손되던 시기였다.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 MZ세대(2030세대) 지지율 추이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 MZ세대(2030세대) 지지율 추이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취임 직후인 5~6월 40%대를 유지하던 윤 대통령의 MZ 지지율은 7월 들어 20%대로 급락했다. 취임 100일을 지난 8월부턴 10%대도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후 현재까지 MZ 지지율은 줄곧 10~2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저지와 강력한 노조 대응으로 윤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이 40%대까지 회복할 때에도 MZ의 지지율만큼은 박스권에서 요지부동이었다.

7월엔 윤 대통령 지인의 아들을 비롯해 ‘대통령실의 사적채용’이 줄지어 제기됐다. 동시에 국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세대를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여론이 들끓었지만, 유독 ‘공정’에 민감한 MZ세대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6월 한 달 윤 대통령에게 각각 48%와 42% 지지를 보였던 20대와 30대는 7월 들어 29%, 25%의 지지만 남기고 떠났다.

박스권 안에서도 MZ세대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더욱 하락했던 시기가 있었다. 20대는 1월3주~2월1주(31%→15%), 30대는 3월1주~3월2주(23%→13%)에 유독 윤 대통령에 싸늘했다. 각각 전주 대비 16%포인트, 10%포인트나 지지율이 떨어졌다.

20대의 외면이 있던 1월3주~2월1주엔 유승민‧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잇따른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이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유력 주자들이 불출마하는 데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어 윤 대통령이 친윤 성향의 김기현 의원을 지원 한다는 논란이 벌어져 대통령실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30대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3월 초엔 고용노동부의 ‘최대 주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가 있었다. 곧장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69시간 기절 근무표’가 확산됐고 “더 이상 MZ를 입에도 올리지 말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임금체계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제도 개편을 내세웠지만, 되레 ‘있는 연차도 제대로 못 쓰는’ 불공정한 직장 현실에 대한 분노를 자극했다.

최근까지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밝힌 4년차 중소기업 직장인 A씨는 통화에서 “이번 주69시간제 발표 전후 과정을 보며 이 정부가 소통하는 ‘청년’은 도대체 누구인지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며 “여론 반발에 깜짝 놀라 재검토를 결정했다는데, 이런 반발을 예상 못했다는 것도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 시기는 ‘아들 학교폭력’으로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의 여파도 이어지던 때였다. 가해 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하고 피해 학생은 학업을 중단하는 등 학폭 무마 과정에서의 여러 ‘불공정’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MZ 여론은 들끓었다.

 

“MZ, 尹 대일외교도 ‘불공정’ ‘굴욕’으로 인식”

이처럼 MZ세대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계기마다 ‘공정’의 가치를 건드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른바 조국‧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를 거치며 공정 문제에 직면했고 이내 두터웠던 MZ세대의 지지를 빠르게 잃어갔다.

윤 대통령이 MZ 민심을 되찾기 위해선 이들의 역린과도 같은 ‘공정’에 대해 말 뿐이 아닌 충분한 공감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공정‧평등, 수평적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인식한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라며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공정 가치를 훼손할 때마다 지지를 철회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MZ세대는 ‘공정’의 문제로 바라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겐 윤 대통령의 외교가 양국 간 공정을 해치고 ‘불공정’ ‘굴욕’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MZ세대가 중시하는 또 한 축인 ‘소통’과 ‘공감’ 면에서의 미흡함도 꼬집었다. 엄 소장은 “윤 대통령은 지금 MZ세대를 굉장히 의식하고 있는 건 맞다. 1년 남은 총선에서 MZ세대와 60대 이상 간의 ‘세대 연합’을 복구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런 마음이 전혀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소통 방식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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