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지지율 못 올리면 尹정부 비대위 검토…큰 효과는 없을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당 개혁에 시동을 거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나의 성과를 부정해도 결국 딜레마에 갇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이준석색(色)을 빼는데 집중한다면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 전 대표와 닮은꼴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준석 카피(copy·복제)’라 비판받을 것이란 얘기다.
이 전 대표는 또 최근 각종 악재로 추락한 여당의 MZ(2030세대)-호남 민심의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에선 현재 (김기현) 지도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문책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원희룡 카드로 국면전환을 꾀하려 할 것인데 (지지율 반등의)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23일 시사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기현 지도부의 최근 행보를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앞으로 정책 면에서 본인과 비교되는 ‘딜레마’를 겪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김 대표는 ‘이준석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며 “지금 일시적으로 대표직을 해보겠다며 이준석의 성과들을 부정해도 결국 딜레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예고한 ‘청년대변인 선발 프로젝트’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젊은 사람에게 ‘청년’자가 들어간 당직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에 따라 어떤 직위든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에 젊은 세대가 호응했던 것”이라며 “이제 그것을 다시 ‘청년’ 칸막이로 가두려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대표도 ‘나는 국대다’ 토론배틀을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들을 뽑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 측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도 사장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인 지난해 6월 출범한 혁신위는 같은 해 연말까지 활동하면서 6대 혁신안을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공직후보자 부적격 심사 권한 당 윤리위 이관 ▲공직후보자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및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온라인 당원투표제·민생365위원회 도입 ▲상설·특별위원회 개선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여의도연구원 개혁 등이다.
이 전 대표는 “혁신안이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은 (혁신안을) 뭉개고 있다가 잊히길 바라는 의도”라며 “혁신안 내용에 큰 무리가 없다. 그것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공직후보자 PPAT 확대’ 안에 지도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이미 PPAT에 대한 논쟁은 작년에 마무리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을 수행할 최소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천을 마음대로 줘서 자기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PPAT 확대 안을 그대로 수용할 생각은 없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국민들은 자신들의 대표자가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은 갖춘 사람들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PPAT 문항들을 보면 젊은 세대가 보는 9급 공무원 시험보다도 난이도가 한참 낮다”며 “동영상 강의를 한두 번만 시청한 기자들도 만점이나 고득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지난 선거에서 25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던 사람들도 다수 비례대표에서 걸러낸 바 있다. 참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서진 전략‘도 혹평했다. 김 대표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전주에서 열고 5.18 기념일에 의원 총동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호남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게 이 전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호남 이슈는 5.18 민주화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특히 과거에 비해 복합쇼핑몰이나 일자리 등 다른 문제들이 더 부각돼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싫으니 매번 참배 참석 문제로 호남 이슈를 퉁 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정부여당에 대한 MZ-호남 지지율이 하락한 것에 대해선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신뢰가 상실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이 사과와 반성을 할 리가 없기 때문에 지지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마 정부에선 현재 (여당) 지도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문책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려 할 것”이라며 “한동훈·원희룡 카드로 국면전환을 꾀하려고 할 것인데 그쯤 되면 국민들도 문제가 당에 있는지 다른 곳에 있는지 알 것이니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식선에서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가 별난 사람들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별났던 것인지 시민들도 이미 판단을 마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단면적으로 평가하기 보단 그 뒤에 (우리 정부의) 포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일본의 전향적인 조처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한·미·일 관계 변화를 기대한 미국의 반응을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미정상회담이나 G7등 외교일정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는지가 윤석열 정부 집권 초반부의 외교에 대한 일차적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차기 총선정국까지 행보에 대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블로그도 개설했고 현재 소통 플랫폼은 개발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혁성향의 당원과 정치인들이 장단기적으로 어떤 정치를 해나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