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여권 들고 도주극…범죄자로 추락한 권도형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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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공항서 두바이행 비행기 타려다 체포
지문 확인 거쳐 신원특정…檢, 송환 절차 착수 전망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야후파이낸스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야후파이낸스 캡처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수사망을 피해 여러 국가를 거치며 도주극을 벌여 온 권 대표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은 인터폴국제공조과는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의해 검거된 인물의 지문 정보가 권 대표 지문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함께 체포된 인물도 권 대표와 동일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최측근 한아무개씨로 확인됐다.

경찰은 권 대표가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신분증으로 이름과 국적, 나이 등 신상 정보를 파악한 후 사진 자료를 통해 1차적으로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확인을 위해 몬테네그로 측에 권 대표 지문 정보를 보냈고, 현지 체포인물과 권 대표 지문이 일치한다고 최종 통보받았다. 

권 대표를 수사 중인 한국 검찰은 신병 확보를 위해 몬테네그로 당국과 송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권 대표는 지난해 11월 여권이 무효화됐다. 한국 수사당국은 국제 공조를 통해 권 대표를 추적해왔다. 수사망을 피해 도피를 이어가던 권 대표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 신분이 들통났다. 

필립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한국의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검거됐다"며 "현재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이후 성명을 내고 권 대표와 한씨가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 적발됐다고 전했다.

몬테네그로 최대 일간지 '포베다'는 권 대표 등이 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돼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으로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여권 심사를 받던 중 인터폴에서 특정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권 대표가 갖고 있던 벨기에 여권도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사진) ⓒ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사진) ⓒ연합뉴스

유망한 암호화폐 사업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권 대표는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함께 테라USD(UST)·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인 UST는 자매 코인 루나와의 교환 등을 통해 달러화와 1대1 고정교환 비율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 시스템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UST와 루나가 폭락,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고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드는 발단이 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검찰도 권 대표를 8개 혐의로 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그를 수사선상에 올렸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고,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9월 싱가포르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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